미국 CNN방송이 20일(현지시간) 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수술 후 중태에 빠졌다는 정보를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은 지난주부터 외교가에 떠돌던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김 위원장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일주일이 넘어가면서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의문이 제기되던 상황이었다. 청와대와 정부는 신중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신변 이상설 왜 불거졌나… 태양절 불참 이례적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불거진 것은 지난 12일 최고인민회의 불참 이후다. 이후 북한의 최대 명절인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김 위원장이 태양절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2012년 집권 후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이라고 해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김 위원장은 최근까지 군사 관련 현지지도를 계속해 왔고 지난 11일에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기 때문이다. 앞서 최고인민회의도 당초 10일 예정됐다가 연기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4일 강원 문천지구에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와 관련해서도 보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평소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참관하고 이를 다음날 공식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굵직한 내부 행사가 잇따라 있었음에도 김 위원장이 외부에 일주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앞서 20일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최근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으며, 김씨 일가의 전용 병원인 향산진료소에 머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2014년 신년사를 읽을 때 숨을 자주 헐떡이는 모습이 포착됐고,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도 김정은의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전해졌다.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신변 상태를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근거나 특이 동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부 등 정부 당국은 “특이 동향이 없다”며 “확인할 내용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태양절 참배 불참 뒤 “상황이 어느 정도 심각한 것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건강이나 신변에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상황 변화 관측 일러… 윤상현 “심혈관 시술 맞는 듯”
하지만 아직까지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을 기정사실화하거나 이를 전제로 북한 내부에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까지도 김 위원장은 열흘 가까이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일련의 상황으로 볼 때 정도가 어떠하건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무소속 윤상현 국회 외통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는 일단 심혈관 질환에 대한 시술을 한 건 맞는 거 같다”며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해 이상설을 제기할 만큼의 징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또 “2년 전에도 (김 위원장이) 심혈관 수술을 한번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북 소식통의 신뢰도와 관련해선 “정부 소스는 아니고, 북한의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가장 정통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부쩍 대외활동을 늘린 점도 부각된다. 윤 위원장은 “최근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하다가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간 것도 후계자로 점지해서 키우겠다는 건데, 이런 김여정의 위상 상승과 더불어 북한 내부에 이상기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최근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했을 뿐만 아니라 대남, 대미 대변인 역할을 맡기도 했다. 다만 그의 위상 상승은 김 위원장의 신변 변화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진행돼 오던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주형·이창훈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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