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해 본격적인 당 재건과 쇄신의 닻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최고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는 28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결정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도 비대위원장직을 공식적으로 수락했다. 다음주 실무 절차만 마무리되면 통합당은 총선 패배 후 약 2주 만에 당 수습을 위한 비대위 체제를 맞게 된다.
그간 통합당 내에선 총선 패배 직후부터 '김종인 비대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의 권한과 비대위 기한을 놓고 당내 일각에서 반발 의견이 나오면서 일주일여간 지지부진한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심 권한대행은 따로 중진 의원들을 만나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김 전 위원장을 만나서도 비대위원장 영입을 제안하며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일할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며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피하던 김 전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수술 집도의'로 등장한 이상 향후 통합당의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이 총선 전후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파괴적 혁신'을 거론한 만큼 당명을 포함한 외피부터 정강정책 등 정책과 인물까지 큰 폭의 쇄신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당장 내년 4월 7일로 예정된 광역단체장 등 보궐선거에서 통합당이 국민으로부터 재신임받을 수 있을 때까지 김 전 위원장이 상당 기간 당권을 잡고 개혁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5선 고지를 달성한 정진석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세대교체도 해야 하고 당을 확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여러가지 노력을 해야 하니 김 전 위원장의 경륜과 지혜를 빌리려는 것"이라며 "대안도 없이 '기분상' 자강론을 주장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자강을 주장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위기 상황이라는 것도 모른다는 뜻"이라며 김종인 비대위에 긍정적인 뜻을 표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이 2년 가까이 당에 눌러앉아 안 나가시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면 기우"라며 "오히려 김 전 위원장이 와서 아이디어를 냈는데 당이 받아들이지 못해서 '나간다'고 할 경우 어떻게 말려야 할까를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일부 당권 주자를 중심으로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반발 여진이 계속된다는 점은 향후 비대위 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5선에 성공한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유일하게 김종인 비대위 전환에 반대했다.
조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 의결은) 반민주적 행태다. 비대위를 한다면 정해진 기한 내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권한을 가져선 안 된다"며 "당외 인사를 모셔와 성공한 비대위가 없었다. 우리 스스로가 운명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지 비대위가 능사는 아니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24일 김 전 위원장이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맡을 경우 "험한 꼴을 당한다"며 만류했다.
오랜 경험과 폭넓은 인맥 등으로 '정치권 족집게', '정치 9단'으로 불리고 있는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종인 위원장과도 호형호제하고 가깝게 지낸 분이다"며 인연을 소개한 뒤 "우리나라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성공한 분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종인 비대위원장 두분 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분이 왜 그랬느냐(성공했는냐), 총선 전에 전권을 휘둘러서 공천을 행사(해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대통령선거는 2년 2개월 남았고 그 전에 선거는 부산시장 같은 보궐선거 뿐이다"며 "그러면 (김 위원장이) 2년을 비대위원장으로 전권을 행사하면서 과연 대통령 후보를 그러한 것을 할 수 있겠느냐? 이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전당대회를 열어서 김종인 위원장을 당대표로 뽑으면 (성공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에) 김종인 위원장이 거기 가면 험한 꼴 당한다"며 "원로로서 존경받는 김종인으로 남아야지 싸워서 쫓겨나는 김종인(이 되면 곤란하다)"고 걱정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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