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업무수첩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자금 흐름 추적에 들어갔다. 김 회장은 1조6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7일 오전 김 회장에 대한 2차 조사에 들어갔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회장은 오전 10시부터 변호인 입회하에 경기도 버스업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조사를 받았다.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에서 검거된 김 회장은 전날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김 회장은 앞선 조사에서는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잠적해 5개월가량 도피행각을 이어왔다.
경찰은 김 회장을 검거하면서 업무 수첩 2권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첩에 자금 사용처가 일부 기록됐다는 것이다. 핵심은 20페이지 분량으로 기록된 업무 관련 법인명과 직원, 자금 흐름 내용 등이다. 다만 정치권 인사나 로비 대상으로 보이는 명단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첩에 적힌 자금 사용처가 김 회장이 횡령한 회삿돈과 연관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김 회장은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함께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라임 사태에 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혐의도 받는다. 또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의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 등도 받는다.
김 회장과 함께 검거된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혐의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지난해 11월 행적을 감췄었다. 이 전 부사장은 현재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겨진 상태다. 경찰은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김 회장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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