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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불필요한 은둔 ‘가짜뉴스’ 더욱 부추겨…젊은 나이 고도 비만도 한몫?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20-05-03 23:00:00 수정 : 2020-05-04 11: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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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최고 지도자 신변, 내부 웬만한 고위급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최고 기밀사항 /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도 2일 뒤 북한 TV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몰라 / 30대 중반 나이에도 고도 비만, 유전적 질환 안고 있는 김정은 / 불필요한 은둔으로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 원인 제공했다는 시각도

사망설까지 나돌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와 국내외 언론,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 당선인 등의 온갖 추측성 주장과 '가짜뉴스'를 단번에 날려버리고 잠행 20일 만에 건재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중병설부터 사망설에 이르기까지 근거가 빈약한 주장이나 추측성 보도가 꼬리를 물었다. 한국 정부가 줄곧 '특이동향 없다'며 온갖 풍설을 일축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협상 교착과 남북 교류·협력의 경색을 풀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신변정보는 중요하고 민감한 이슈다.

 

그러기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혼란만 부추기는 접근 방식은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근절돼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북 정보에서 한미 당국의 분석과 판단이 가장 권위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점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인포데믹' 양상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물론 북한의 폐쇄성도 한몫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변은 북한 내의 웬만한 고위급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최고의 기밀 사항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도 이틀 뒤에 북한 TV에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고도 비만과 가족의 유전적 질환인 심장병 위험을 안고 있는 김 위원장도 불필요한 '은둔'으로 인포데믹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김정은 뒤로 카트가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망설’ 등 건강이상설을 제기했던 탈북민 출신 미래통합당 태영호·미래한국당 지성호 당선인의 신중치 못한 처신을 놓고 통합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4·15총선에서 미래통합당 소속 서울 송파병 후보로 출마했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일 입장문에서 두 당선인을 겨냥해 "제발 실력을 갖추자. 제발 오버하지 말자. 제발 '동굴'에 갇히지 말고 합리적이고 균형있는 사고를 확대하자"고 요청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대해 관련 전문가가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지만, 나름의 근거와 정보를 가지고 신중하게 합리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게 맞다"면서 "탈북자 채널을 통한 북한소식통은 본질적으로 추측이거나 전언이고 직접정보가 아닌 간접정보다. 따라서 북한 권력 내부의 민감한 사항은 이른바 소식통으로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北 권력 내부 민감한 사항 ‘소식통’으로 알기 어려워

 

이어 "건강이상설이 제기되자 청와대와 통일부장관 그리고 국책연구기관 등이 적극 부인하고 나선 데는 나름 믿을만한 정보와 자료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여기에 비해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은 정보와 자료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미흡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전국민적 관심사항에 대해 공인으로 입장을 낼 때는 보다 신중하고 조심스럽고 제한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이미 김정은이 20일 넘게 공개활동이 없던 사례가 충분히 있었고 그때마다 별이상 없이 등장했던 행태가 수차례 있었다. 김정일도 수시로 오랫동안 잠적했다 등장하곤 했다"며 "이번에 최고인민회의가 연기되고 태양절에 김정은이 나타나지 않은 게 논란의 시작이었지만, 과거 여러 차례 두문불출한 사례와 최근 코로나 사태라는 특수상황을 감안하면 건강이상이나 유고를 확정적으로 주장하는 건 무리수가 된다"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의 억측과 주장은 믿을만한 정보자료의 미흡과 과거 유사사례의 패턴분석에서 실패한 것이다. 잘못된 것이었다"며 "그럼에도 너무 확실하게 너무 자신있게 공개적으로 주장한 잘못까지 있다. 이미 정치인이 된 상황에서 이후 정치적 후폭풍까지 고려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틀린 주장이 입증되었으면 겸허하게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오히려 변명을 거듭하거나 정치적 쟁점화로 대응하는 건, 우리 야당의 신뢰가 더욱 추락하는 결과가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앗싸 김정은 죽었다?’ 발언으로 자신의 가치 떨구는 모습 실망한 국민들

 

정원석 전 통합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도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탈북을 대표했으면 상징적으로 새로운 통일담론과 비전을 제시해야지 그저 반북 정서에 편승한 '앗싸 김정은 죽었다' 발언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떨구는 모습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당선자. 연합뉴스

정 전 대변인은 두 당선인을 향해 "당신들은 이슈 던지는 유튜버가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의 통일담론을 상징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라며 "본인들께서 잘못하시면 그 피해는 오롯이 자유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고 넘어오신 귀한 탈북동포에게 갑절 이상의 먹칠을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일갈했다.

 

◆靑, 태 당선인·지 당선인 향해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 유감 표명

 

청와대는 3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한 부정확한 정보가 유통된 것에 대해 "상당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태 당선인과 지 당선인을 향해 "깨끗하게 사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 상황에서도 근거없는 주장을 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는 태 당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제 주장이)다소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사용한 카트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와병 중 사용한 것이라며 "의문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비판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역시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번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관련 논란에 대해 "이른바 '대북소식통' 보다는 '한국 정보당국'을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언론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준공식장에 입장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런 언급에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특이동향'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이 수차례 되풀이됐음에도 여기에 눈을 감고서 '의혹제기'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의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삼지연시 건설에 참여한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는 조선중앙방송 보도, 북한 권력서열 3위인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평양의 여러 경제현장을 시찰했다는 조선중앙방송 보도 등을 보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재등장 이후에도 지속됐던 ‘수술설’…확실하게 선 그은 靑

 

청와대는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제기됐던 건강이상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의 태양절 행사 불참의 배경은 분석이 됐나'라는 물음에 "김 위원장의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는 이유 등을 들며 수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벼운 시술도 받지 않은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재등장 이후에도 일각에서 계속됐던 '수술설', '시술설' 등에 대해 청와대가 확실하게 선을 그은 셈이다.

 

그는 "청와대의 판단은 '특이동향'이 없다고 밝혔을 때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식 현장에서 자신감에 찬 김 위원장의 모습.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이어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있지만, 그 근거를 밝히기는 어렵다. 종합적인 판단은 그러하다는 것"이라며 "정보기관에서도 그런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재등장한 인비료공장의 경우,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추출 작업에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온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보도에 대해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북한 관련해서는 그 외에도 굉장히 여러 보도가 있었지 않나"라고 답했다.

 

◆정부 예상 적중…대북정보 수집 경로, 역량에 쏠린 관심

 

한편 20일만에 잠행을 깬 김 위원장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정부의 대북정보 수집 경로와 역량에도 관심이 쏠린다.

 

군 등 정보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북한 최고지도자의 동향을 포함한 대북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인공위성, 감청·영상 정보(시긴트·SIGINT), 인적정보(휴민트·HUMINT), 공개정보 등 크게 4가지다.

 

인공위성의 경우 김 위원장 전용 열차의 이동 상황 등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는데, 정부가 활용하는 상업위성의 경우 해상도가 낮아 정확한 판단과 분석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런 이유로 정부는 군사위성을 운용하는 미국과 대북정보 공조 체제를 유지한다. 실제 한미 당국은 이번 김 위원장이 공개활동을 중단한 기간 위성 정보를 바탕으로 그가 원산에 체류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위성정보를 미국에 의존하다 보니 파악한 정보를 공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자칫 미국이 제공한 정보에 근거한 판단을 공개하면 미국측에서 자료를 실시간으로 주지 않거나 제공하는 정보의 양을 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부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는 방식으로는 시긴트가 꼽힌다.

 

군은 백두·금강 정찰기를 통해 평양 이남에서 군사분계선(MDL)까지의 군사시설에서 발신되는 무선 통신을 감청하고 각종 영상 정보를 수집한다.

 

실제 한미 당국자들은 신호정보를 통해 평양에서 특이한 통신량의 증가 등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루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관련 상황에 정통한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등장 며칠 전에 한국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정보를 미국과 공유했다고 WP는 전했다.

 

또 작년 11월 탈북민 2명이 선상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남쪽으로 왔다가 북쪽으로 송환되는 과정에서는 북한 통신망의 교신 내용을 감청해 이들의 행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 ”韓 대북 정보 신뢰성, 다른 나라 따라오기 어려워…정보 신뢰성 가져도 좋다”

 

이와 함께 정부는 북한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공개 정보' 분석에도 공을 들인다.

 

북한 체제 특성상 신문이나 방송을 주민들의 선전·선동 도구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의 정책 결정이나 정세 판단을 읽을 수 있어서다.

 

이번에도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선 침묵했지만, 통상적인 수준의 업무 관련 보도를 통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우회적으로 알렸다.

 

김 위원장이 모범 주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거나 외국 수반과 축전을 주고받은 것을 비롯해 노동절(5월 1일) 기념 사설에서 "김 위원장만 믿고 따르자"고 독려한 보도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한국 정부가 확보한 탈북자 네트워크나 북·중 접경지역 등의 휴민트도 빼놓을 수 없는 주된 대북정보 수집 경로다.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일 만에 공개활동을 재개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설이 '가짜뉴스'로 판명된 뒤에도 대북정보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언급은 삼가는 분위기이지만,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대북정보 수집력과 판단이 '적중'했음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특이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측은 정보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 군 정보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정보 신뢰성은 다른 나라가 따라오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가져도 좋다"고 말했다.

 

◆결국 고개숙인 태 당선인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 약속드린다”

 

한편 태 당선인이 4일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태 당선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 말씀드린다"며 "이틀 동안 많은 질책을 받으면서 제 말 한마디가 미치는 영향을 절실히 실감했다"고 말했다.

 

태 당선인은 지난 2일 김 위원장이 건재하다는 점이 확인된 직후 자신이 제기한 '김정은 건강 이상설'에 대해 해명했으나 비판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이틀 만에 공식 사과를 한 것이다.

 

태 당선인은 "국민 여러분께서 저 태영호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이유 중 하나가 북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에 대한 기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무거운 책임감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겸손한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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