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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자녀에게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입력 : 2020-05-07 06:00:00 수정 : 2020-05-07 1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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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노조문제 대국민사과 / “삼성, 국민의 기대에 부응 못해 / 모든 게 저의 잘못… 책임 통감 / ‘무노조 경영’ 말 안 나오게 할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 논란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파격적 선언을 했다.

삼성 총수인 이 부회장이 직접 공개 석상에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2015년 6월 23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의 책임과 관련해 사과한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 총수의 사과로는 1966년 이병철 창업주가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한 이후 네 번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삼성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드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은 저희들의 부족함 때문이다. 저의 잘못 때문”이라며 머리를 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 지탄을 받을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삼성 내에서 금기시된 ‘승계’ 이슈와 관련해 향후 삼성그룹의 운영을 전문경영인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이병철 창업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 3세인 이재용 부회장에서 중단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그는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언제든 경영권을 넘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으나 자녀 승계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며 “경영 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제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사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언급됐다. 그는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동안 삼성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민사회와 언론의 감시와 견제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다목적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최근 일어난 일들을 회고하면서 반성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2014년에 회장님이 쓰러지시고 난 후 부족하지만 회사를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면서도 “하지만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기는 어렵다. 그 과정에서 깨닫고 배운 것도 적지 않았고 미래 비전과 도전 의지도 갖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이와 함께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한 차원 높은 혁신을 통한 삼성의 사회적 역할도 약속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윤택해지도록 하고 싶으며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번 사과는 관련 재판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의 이번 직접 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3월 11일 대국민 사과를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가 지난해 10월 내부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는 주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올해 2월 공식 출범한 외부 감시기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서 양형 고려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경영권 승계·무노조 경영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면서 이와 관련된 수사와 사법 절차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부회장의 이날 ‘사과’는 자신을 비롯해 삼성 고위간부들이 연루된 재판 및 검찰수사 분야와 무관하지 않다.

 

이 부회장은 크게 △경영권 승계 △노조문제 △시민사회 소통 및 준법 문제에 대해 사과했는데 이 중 상당한 부분이 현재 재판 계류 중이거나 검찰 수사 중이다.

 

우선 이 부회장 스스로가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 피고인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뇌물을 건넸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현재 파기환송심 중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올해 초 삼성 준법감시위를 양형 사유로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소위 ‘봐주기 재판’ 의혹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달 국정농단 특검팀은 정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특검 측은 재항고했다. 기피신청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재판은 잠시 멈춤 상태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준법감시위 설치가 양형 기준에 해당한다”며 사실상 이 부회장의 형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사과했다. 준법감시위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재항고의 핵심 이유가 준법감시위 관련 부분인데 사과 성명 자체가 준법감시위 관련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입장을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이재용. 연합뉴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불거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은 삼성 경영권 승계 논란의 핵심 중 하나다. 이 사건을 2018년부터 다루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최근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등 삼성 고위급 인사들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이 부회장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제범죄형사부에 파견돼 사실상 수사 실무를 총괄한 김영철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이 최근 원대 복귀했다. 검찰수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중앙지검의 연장요청이 없고 기한 만료에 따른 복귀’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부회장이 사과한 노조현안도 현재 재판에 계류된 상태다. 삼성전자 이상훈 전 이사회 의장 등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 가담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박세준·이도형·안병수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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