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발생보고 시간을 10분 정도 늦춰 발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늑장 대응 비난을 피하기 위해 참사 인지 시점을 조작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사참위는 13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까지 알려진 청와대의 참사 최초 인지 및 전파 시각이 객관적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등 관련 혐의를 확인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참사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19분 YTN 방송 보도를 통해 사건을 최초로 인지했다고 주장해 왔다. 5분 뒤인 9시24분에는 청와대 내부에 해당 사실이 전파돼 대통령 보고와 초동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재판에서도 검찰과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사참위가 국가기록원 등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참사 당일 오전 9시19분에 국가안보실과 정무·국정기획수석 등 총 153명에게 상황을 알리는 동보 문자를 발송했다.
사참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위기관리센터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관계기관에 사실을 확인한 후 문자메시지를 작성해 전파했다.
선박 명칭과 탑승인원을 확인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상황 인지 후 메시지 발신까지 10분 정도 걸린다는 것이 당시 실무 담당자의 진술로 확인됐다.
사참위는 “위기관리센터가 오전 9시10분 전후로 참사 발생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의 최초 참사 인지 및 전파 시각 관련 주장은 허위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사참위는 참사 인지 경위와 시각을 허위로 기재한 자료를 작성하고 국회 등에 제출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로 김 전 비서실장과 당시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국가안보실 행정관 등 4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기로 했다.
문호승 사참위 상임위원은 “김 전 비서실장 등 수사 요청 대상자들은 기발표된 시각 이전에 사고를 인지했음을 인정할 경우 긴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304명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책임지기보다 회피하기에 급급했고, 참사 진상규명 또한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부장판사 박성인)는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발생한 보험금을 달라며 청해진해운을 대신해 한국해운조합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공제금 등 청구소송에서 청구를 각하했다. 한국산업은행이 해당 보험금의 채권자로 돼 있어 정부가 대신 소송을 낼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016년 3월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물어 청해진해운 관련 보험사들을 상대로 1810억여원의 보험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종민·안병수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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