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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세 살 적 받은 학대 여든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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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15 22:09:30 수정 : 2020-05-15 22: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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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방치, 학대 등 위기 아동의 발굴, 지원 강화를 위해 아동수당을 지원받은 이력이 없는 아동 정보도 추가해 시스템으로 연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아동학대를 당했던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영화 ‘주디’(감독 루퍼트 굴드)는 ‘오즈의 마법사’(1939)에서 도로시를 연기한 가수 겸 연기자인 주디 갈런드가 성공을 위한다는 미명 하에 당한 유년 시절 아동학대가 성인이 돼서도 얼마나 정서적 불안감을 심어주는지에 주목한다. ‘오버 더 레인보(Over the Rainbow)’를 불렀던 17세 시절과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공연을 펼쳤던 1960년대의 런던 시절을 교차하면서 그녀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지속됨이 강조된다. 르네 젤위거는 주디가 되기 위해 1년 동안 체중감량은 물론 노래 지도까지 받아 직접 노래를 불렀고, 주디의 세세한 표정까지 재현하며 그녀 속 아픔의 깊이를 연기해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특히 엔딩 장면에서 부른 ‘오버 더 레인보’는 유년기로부터 사망 직전까지 그녀의 고통이 승화되는 느낌으로 관객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청명한 목소리로 노래하며 연기하는 아역 배우 주디의 인기가 상승할수록 아침부터 저녁까지 제작사의 혹독한 시간관리는 심해졌고, 졸음을 이겨내라며 각성제를 복용시키며, 촬영이 끝난 후에도 잠을 자지 못하면 수면제를 먹였다. 할리우드 시스템 아래서 엄마조차 앞장서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시키고자 엄격한 식단관리는 물론 식욕억제제까지 먹였고, 회고록에 의하면 하루 4갑의 담배까지 강요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하고 인기와 돈을 위한 희생양이 됐던 주디의 유년기는 사랑받는다는 느낌만 주면 금세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되는 캐릭터로 만들어 4번의 이혼과 5번의 결혼을 하게 되는 계기로 작동한다. 무대불안증도 점점 가중돼 공연시간이 다가와도 방문을 잠그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막상 무대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끼를 발산하는 그녀였지만 정서불안은 그녀의 삶을 잠식한다.

영화에서 주디의 엄마처럼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녀에게 강요하는 것도 교육열 높은 한국에서 있을 법한 아동학대 유형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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