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출장 이후 두 달여 만에 대면회의를 가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코로나19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며 “코로나19 종식 이후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규칙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롯데의 주력 사업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신 회장의 메시지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이날 임원회의에는 신회장을 비롯해 그룹 최고위급 경영자 11명이 참석했다. 신 회장의 ‘포스트 코로나’ 대비 메시지는 대기업 오너 가운데 처음으로 나왔다. 롯데가 코로나 19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4.6% 감소한 521억원에 그쳤고, 매출은 8.3% 줄어든 4조767억원을 기록했다. 화학 사업인 롯데케미칼도 1분기 잠정 영업손실이 860억원으로 2012년 2분기 이후 31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외에 호텔 사업과 음료 사업 등도 적자 전환하거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신 회장은 회의에서 변화에 맞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하고 이에 대해 전략적으로 투자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가 심혈을 기울여 선보인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ON)’은 새 변화에 따른 전략 투자 분야다. 쿠팡, 신세계, 이베이코리아 등 경쟁사들이 이미 진출해 세력을 넓히는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진출해 시장 판도를 흔들겠다는 시도다. 이미 백화점, 마트, 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 폐점을 예고해 온라인 중심 쇼핑 모델을 연착륙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소극적인 위기관리 메시지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은 것은 고무적이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대로 이제 모든 나라가 코로나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국내외 기업 M&A 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등 과감한 경영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신 회장이 주목하는 화학과 호텔이 ‘포스트 코로나’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안이한 생각은 안 된다”는 신회장의 발언은 비단 롯데뿐 아니라 국내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지적이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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