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0명 중 7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도 모르는 새 무증상자가, 자가격리 위반자를 마주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일상생활과 방역을 병행하는 생활방역으로의 전환에 대해서도 빨랐다는 평가가 근소하게 우세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장) 연구팀은 지난 13~15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5차 국민인식조사’를 2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이 초래할 결과의 심각성에 대해 70.9%가 “높다(높다+매우 높다)”로 응답했다. 심각성 인식은 코로나19 사태가 초기인 1차 조사(73.8%)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3월 3차 조사 때 61.1%로 내려갔다가 이태원 클럽 등 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4차 62.9%에 이어 더 높아졌다. 유 교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의미를 실감하고, 집단감염 재발 가능성에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증상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감염을 둘러싼 두려운 상항에 대해 가장 많은 67.5%가 ‘주변에 무증상 상태의 누군가가 있을까봐 두렵다’고 답했다. 이어 ‘증상을 감추거나 자가격리를 위반하는 사람이 두렵다’(62.3%)는 답이 두번째로 많았다. 자신이 확진자가 될까 두렵다는 응답은 54.6%였다.
불안감은 정부의 생활방역 전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생활방역 전환 결정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응답이 51.4%로, ‘시의적절’했다는 응답(48.6%)보다 많았다.
식당, 카페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에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 일주일 사이 상대방과 마스크 없이 대화했거나 만난 장소’로 식당·카페가 51.5%로 가장 많았다. 직장, 학교 등 근무시설 16.4%, 목욕탕 등 편의시설 4.1%, 술집·클럽 등 유흥시설 4.1%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2m 거리 안에서 대화한 사람 수(가족 제외)는 평균 4.1명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75.8%가 5명 미만, 20.6%가 5~10명, 3.6%가 10명 이상이었다.
조용한 전파, 무증상 감염 등의 우려가 대두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만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생활방역 지침별 실천율은 마스크 착용이 78.3%로 가장 높았다. 반면 사람과 만날 때 2m 거리 지키기는 24.3%에 불과했다. 아프면 3~4일 쉰다(38.4%),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한다(43.4%)고 절반에 못 미쳤다.
유 교수는 “개인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마스크 쓰기 등에 비해 생활방역 전환 이후 제시된 지침들의 준수율이 크게 낮다”며 “생활방역은 지침 이상으로 규범과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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