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박영수 특검팀의 기피신청이 대법원 심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대법원에 제출한 재항고장에서 2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가 이 부회장에 유리한 예단을 갖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대법원이 기피신청을 받아들인 사례등도 첨부했고, 같은 재판부가 진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 2심 판결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18일 대법원에 기피신청 재항고이유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지난달 제출했는데 기각되자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특검팀은 95쪽에 달하는 재항고이유서에서 “재판장이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Probation)를 선고하려고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특검팀은 정 부장판사가 지난 1월 재판 도중 “2002년부터 2016년 사이에 미국 연방법원은 530개 기업에 대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명령했다”고 했는데, 해당 통계를 다시 점검한 결과 513건이었다고 밝혔다. 통계 수치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준법감시제도 도입 자체가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판결을 위한 재판부의 고려라는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다. 그리고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이 부회장이 승계작업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했고 적극적 뇌물성을 인정한다고 내린 판결과는 정면 대치된다는 것이다. 이는 2심 재판부가 양형기준에 맞게 재판을 하지 않고 있다는 특검팀 주장으로 이어진다.
특검팀은 자신들이 추가로 신청한 증거들을 재판부가 기각 결정 내린 것에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았다. 추가로 제시한 증거는 양형의 가중요소와 관련됐는데 이를 의도적으로 외면했고, 준법감시위 설치·운영과 실효성 여부의 감독·평가에 대해서만 양형심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재판부가 진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 2심과도 다르다는 것이 특검팀의 주장이다. 특검팀은 재항고이유서에서 “이 전 대통령 상고심때엔 국민권익위로부터 추가로 받은 제보를 통한 증거를 받아줬는데 특검팀은 핵심적인 증거 8개도 받아 주지 않았다”며 “같은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에 충실하게 맞게 판단했는데 이 부회장 재판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밖에 특검팀은 임우재 전 삼성전기 상임고문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이혼 소송당시 제기한 항소심 재판장 기피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사례도 재항고 이유서에 적었다. 당시 대법원은 사회 평균적인 일반인 관점에서 볼때 불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할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다면 기피가 인정 된다고 했다. 당시 주심 재판관이 이번 이 부회장 기피신청 심리 주심도 맡은 노정희 대법관이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에 대해 기피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를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3부는 지난달 17일 이를 기각했다. 형사3부는 “정 부장판사가 양형에 있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예단을 가지고 소송지휘권을 부당하게 자의적으로 행사하는등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객관적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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