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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성차별 논란 교수 에세이 살펴보니 “연놈이 동시 잘못하면 주범은 년이고 놈은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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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5-25 17:46:02 수정 : 2020-05-26 18: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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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학생에게 성차별 발언 담긴 블로그 공개한 A교수에 대해 강의 배제 논의와 진상조사위 열 예정”/ 학생회는 “여성 혐오적 게시물을 강제로 읽게 하는 건 교수의 권위에 기반을 둔 성희롱”
사진=한국외대 홈페이지 캡처

 

교수가 성차별적 인식이 담긴 게시글을 읽게 하는 과제를 내 논란이 일자 해당 학교 측이 교수를 강의에서 배제 여부를 논의하고 진상조사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25일 한국외대 측은 “이번 학기 경영학 수업을 맡은 A교수가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는 과정에서 성적 발언이 담긴 교수의 수필 글이 공개돼 학생들 측으로부터 항의가 제기됐다”며 “해당 교수에 대한 강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28일 진상조사위를 열어 해당 사안을 자세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교수의 블로그에 성범죄를 주제로 작성된 수필. 사진=온라인 페이지 캡처

 

◆ A교수 “성범죄는 꼬리 친 주범인 여자를 처벌해야 마땅” 등 성차별적 발언이 담긴 글을 학생들에게 공개

 

지난 17일 한국외대 재학생들이 사용하는 내부 포털에는 “A교수가 과제로 자신이 쓴 블로그의 수필을 읽으라 했는데 그 블로그에 있는 수필들의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해당 블로그에는 교수 A씨가 성(性) 문제에 대해 쓴 수필이 50여 편, 그 외 디지털, 강연, 소프트웨어 등의 주제로 작성한 수필이 650여 편이 공개돼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글은 “여자가 주범, 남자는 공범”이라는 제목의 글로 주된 내용은 “년과 놈이 동시에 잘못을 저질렀을 때, 주범은 년이고 놈은 공범이다”는 등의 발언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A교수는 지난 2009년 블로그에 “불륜 사랑의 원죄를 굳이 따진다면, 여자가 주범이지 남자는 공범일 뿐. 남자는 여자의 꼬리 치는 웃음에 녹아나는 바보일 뿐 알고 보면 시작은 늘 여자다. 여자가 악독한 주범이고 남자는 이용당한 공범이니 앞으로는 간음, 간통, 풍기문란죄 등에 대한 처벌은 여자에게 내리는 것이 맞다”고 적었다.

 

또 ‘집창촌 다녀온 경험담’, ‘아내와의 성생활’, ‘남자는 교수, 여자는 창녀’ 등 성(性)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솔직하게 적혀있다.

 

심지어 중간고사 범위로 포함한 게시물에는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여자가 매력 있고, 정숙한 상냥함과 품위를 잃지 않은 애교를 남자들은 좋아한다”, “남자는 논리적이고 언어적이고 능동적이지만, 여자는 직관적이고 공간적이고 수동적이다” 등 성차별적 인식이 담긴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성차별적 발언을 담은 게시물을 읽게 해 논란이 된 한국외대 A명예교수의 블로그. 사진=블로그 캡처

 

◆ 학생회 “우리는 당신의 글을 ‘혐오’라고 부른다” 강력하게 규탄

 

한국외대 학생회는 지난 20일 “A교수는 해당 발언에 대해 책임지고 교단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학생회는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여기며 대상화하는 사고방식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학생들은 중간고사에 응시하기 위해 여성 혐오적 게시물을 읽어야 했다. 이는 담당 교원의 권위에 기반을 둔 명백한 폭력이자 성희롱”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A교수는 학교에 재직해 있는 10년 이상의 기간 매 수업의 첫 시간은 ‘수필 쓰기’를 과제로 내고 있었으며 특히 이번 학기에는 자신의 블로그에 들어가 자신이 쓴 수필을 참고해 수필을 써오면 이를 평가해 중간고사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 A교수 “블로그의 수 백개의 글 중 몇 개만 읽으라고 지정해줬을 뿐”

 

세계일보와의 지난 17일 통화에서 A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내 블로그 글이 논란이 되는 점은 잘 모르겠다”며 “한 학생이 ‘수강생들의 의견을 취합했다’며 보낸 항의 글이 있긴 했다”고 말했다.

 

A교수는 “수필 쓰기 과제를 내면서 학생들에게 내 블로그에서 강의 내용과 연결되는 몇몇 글을 읽으라고 지정해줬다. 그런데 그 글을 읽지 않고 다른 글을 읽은 학생들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A교수는 “학생들이 당황한 부분에 대해서 수업 자료를 올리는 카페 공지를 통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며 “개인 블로그에는 수 백편의 글이 있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 중 책으로 출판된 것도 있고 일부 한 두 문장이 재미와 흥미 요소를 담아 자극적으로 쓰인 부분이 있을 수 있었다. 해당 글을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A교수는 “한국외대 명예교수로 올해가 교단에 서는 마지막 해”라고 설명했다. 

 

최서영 온라인 뉴스 기자 sy202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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