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그야말로 경제 전시 상황”이라며 “전시 재정을 편성한다는 각오로 정부의 재정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 모두 발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불을 끌 때도 조기에, 초기에 충분한 물을 부어야 빠른 진화로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서 과감한 확대재정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신속하게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정부에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의 효과는 속도와 타이밍에 달려 있는 만큼 새 국회에서 3차 추경안이 6월 중 처리될 수 있도록 잘 협조해 주시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2차 추경 기준으로 41.4%로 3차 추경이 30조원 규모로 이뤄지면 45%에 육박하게 된다. 한국은 저출산·고령화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서 재정운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를 감안, “재정 당국도 그 점을 충분히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의 심각한 위기 국면에서는 충분한 재정 투입을 통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률을 높여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좀 더 긴 호흡의 재정 투자 선순환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과감한 재정정책에 대응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함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당·정·청은 탈루소득에 대해 과세를 강화해 총수입 증대에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정책을 통해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위기 기업과 국민의 일자리를 지키며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과감한 지원이 담겨야 할 것”이라며 “재정이 경제 충격의 파고를 막는 방파제, 경제 회복을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경제 위기 극복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한국판 뉴딜’도 준비해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앞서 준비하며 미래형 일자리를 만드는 ‘디지털 뉴딜’과 함께 환경친화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그린 뉴딜’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국가 재정과 관련한 최고위급 의사 결정 회의로, 2004년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이번이 17번째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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