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된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서”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맞아 재정역량을 총동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짐에 따라 국가채무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모두 발언에서 밝힌 ‘충분한 재정투입’의 방점은 ‘길게 볼 때 오히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악화를 막는 길’에 찍혀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재정은 여전히 건전하며, 지금이 바로 그동안 비축해 온 확장재정 여력을 과감하게 써야 할 때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2차 추경을 기준으로 41.4%다. OECD 회원국 평균이 1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건전한 수준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하반기까지는 과감하게 재정을 풀어야 한다”며 “국가채무나 재정건전성 얘기는 내년에 고려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재정역량을 총동원해 급한 불을 끄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문제는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다. 2019년 본예산 당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7.1%였으나 올해 본예산에서는 39.8%로 상승했다. 이어 올해 1차 추경 때 41.2%, 2차 추경 때 41.4%로 올라갔다. 3차 추경이 30조원 규모로 이뤄지고 경제성장률이 0%를 기록할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44.4%까지 치솟게 된다.
게다가 여당을 중심으로 3차 추경 규모를 40조∼50조원까지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 요구가 관철되면 국가채무비율은 45%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2019년 본예산과 비교할 때 불과 2년도 안 돼 8%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것이다. 그간 국가채무비율 40% 선은 건전한 재정을 위한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반세기 만의 3차 추경 추진과 경상성장률 하락으로 45% 선마저 애초 예상보다 3년 더 빨리 무너지게 됐다.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45%를 2023년에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지난 2월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46%를 넘어서면 국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KDI는 지난 20일 경제전망에서 “최근 급격한 재정적자 증가는 향후 재정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수입증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규철 KDI 전망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제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국가채무비율을 40%로 꼭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30%대 후반에서 올해 45%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지출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만으로 해결 안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세 논의를 포함해 관리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경제성장으로 연결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