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펀드 환매중단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 사태의 진짜 ‘전주(錢主)’로 지목되는 A대부업체의 김모 대표가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이번 사태의 뒷배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자산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지난달 27일 김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번 사태의 자금 흐름을 쫓고 있는 검찰이 최근 김 대표를 서면으로 조사한 데 이어 소환조사까지 벌이며 사건 배후 추적에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라임 살릴 회장’으로 불린 김봉현(46·구속)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자금을 제공하며 라임자산 사태의 뒷배이자 설계자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2018년 12월쯤 지인의 소개로 김 회장을 처음 만나 1년여간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5~6차례에 걸쳐 김 회장에게 기업인수 자금을 빌려줬고 액수는 회당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약 1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는 김 회장이 라임자산과 대부업체의 자금을 통해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이른바 기업사냥을 벌이던 때와 일치한다. 검찰도 김 회장이 사용한 자금 중 일부가 김 대표로부터 흘러나왔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라임자산 사태의 진짜 전주가 김 회장이 아닌 김 대표였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대표가 한때 ‘명동 사채왕’으로 불린 대부업자 최모(66·구속)씨의 오른팔이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사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씨의 최측근으로 그의 자금 업무를 맡아 왔으며 기업사냥꾼들을 주 고객으로 삼아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다만 김 대표는 자신이 라임자산 사태의 배후라는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나오는 의혹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김봉현 회장에게 돈을 빌려주지 않았고 (나는) 라임과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