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8일 남북연락사무소 개소 1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연락사무소 철폐를 후속조치로 공언한 뒤 이뤄진 조치라 이대로 연락사무소 철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일부 여상기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연락사무소는 예정대로 북한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현재 북측이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는 통상적으로 특별한 현안이 없어도 평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업무 개시와 마감 통화를 행해 왔다. 북측이 우리의 통화 연결 시도에 응답하지 않은 건 2018년 9월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탈북자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후속조치로 언급했다.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도 그 이튿날 담화를 발표하고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락사무소는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결실이다. 남북정상회담 전까지 막혔던 남북 소통에 24시간, 365일 열린 협의 채널이 생기며 안정적인 남북 소통의 토대가 마련했다는 의의에 더해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과거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쓰던 자리를 고쳐 청사로 쓰는 연락사무소는 남북이 대면 소통까지 할 수 있다.
이후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남북관계도 점차 침체하면서 연락사무소 기능은 위축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인 지난해 3월22일에는 북측이 남북 연락대표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만 통보한 뒤 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장기화 우려와 달리 나흘 만에 북측은 연락사무소로 복귀, 연락 채널이 회복됐다. 미국 정부가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를 도운 중국 해운회사 2곳에 제재를 가하는 등 추가 대북제재가 나와 이에 대한 ‘반발’로 연락사무소 철수를 보는 입장이 많았으나 일종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연락 단절은 지난 1월3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개성에 상주하던 남측 인력을 모두 한국에 복귀시킨 뒤 연락사무소 대면 운영을 중단하던 중 북측이 남측의 통화 연결 요청을 거부해 단기간 내 복구 여부가 더욱 불투명한 상황이다.
남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연락사무소 재개 시기 등을 북측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김 제1부부장이 연락사무소 철폐 등을 경고한 상황에서 실제로 통화 연결까지 불발되며 정상화가 당분간 어려우리란 관측이 우세해졌다. 여 대변인은 폐쇄 가능성 등에 대해 “아직 답변하기 이르다”면서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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