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사전 브랜드인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한 흑인 여성의 지적을 수용해 ‘인종차별주의(Racism)’라는 단어의 정의를 보완하기로 했다. 인종차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수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주인공은 최근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케네디 미첨(22)이다. 미첨은 기존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정의가 특정 집단에 대한 ‘구조적 억압’(systemic oppression)이라는 점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다.
답장이 오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미첨은 지난달 28일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메일을 보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는 편견과 사회·제도적 권력이 조합된 것으로 피부색에 기반한 혜택 체계”라고 설명했다. 기존 정의대로 ‘한 인종이 다른 인종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만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건 단편적인 설명이며,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메리엄-웹스터 사전을 근거로 들고 있다는 지적을 담았다.
사전 편집자인 알렉스 챔버스는 바로 다음 날 “사회적 의미가 변화하고 있는 ‘인종차별주의’와 같은 단어에 대해 우리는 설명을 수정하거나 추가하고 있다”며 답장을 보냈고, 이후 몇 차례 연락을 더 주고 받은 끝에 사전의 정의는 바뀌게 됐다.
이날 현재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인종차별주의를 3가지 정의로 설명한다. 먼저 ‘인종이 사람의 특성과 능력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이며 그러한 인종의 차이가 특정 인종에 고유한 우월성을 생기게 한다고 여기는 신념’, 둘째는 ‘인종차별주의적 가정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설계에 기반한 정치적 프로그램 또는 원칙’, 셋째는 ‘인종적 편견 또는 차별’이다.
이 중 두 번째 정의가 미첨의 건의를 반영한 것이라고 사전 측은 밝혔다. 그러나 아직 수정이 완성된 버전은 아니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이 단어의 정의를 계속해서 보완할 계획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설명에 ‘구조적 인종차별주의와 탄압’이라는 표현을 포함하고, 비대칭적 권력 구조에 대한 개념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관련된 다른 단어나 인종적 의미가 함축된 단어들의 설명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 관계자는 “좀 더 빨리 수정하지 못해 우리가 초래한 갈등에 대해 사과를 전한다”고 미첨에게 보낸 메일에서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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