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기대했는데”… 재난지원금 기부 고작 282억

대통령 직접 나서 분위기 조성했지만… 국민은 ‘소비’ 택했다

14조원대 긴급재난지원금의 99%가 지급된 가운데 기부금은 282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기부금을 전체 지원금의 10~20%인 1조4000억~2조8000억원으로 예상하며 이를 고용기금으로 쓰겠다는 계획까지 세워놨었다. 야당 등 반대를 무릅쓰고 자발적 기부를 조건으로 ‘소득 하위 70%’에서 ‘전국민’으로 지급 대상을 확대한 정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모인 기부금은 282억1100만원(15만6000건)이다.

이는 지원금 신청·접수와 동시에 신청인 동의를 통해 기부받은 경우와 기부금 수령 후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기부한 금액을 합한 규모다.

지난 10일 기준 지원금과 기부를 동시 신청한 건수는 15만4249건으로 총 275억8000만원이다. 지원금을 받은 이후 기부를 신청한 건수는 1537건으로 6억3000만원이었다. 이 중 재난지원금 ‘미신청’의 방식으로 기부되는 금액 집계는 신청 개시일로부터 3개월 후인 8월18일이 지나서야 가능한데 해당 금액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당초 정부는 14조2448억원의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며 자발적 기부 분위기를 형성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부를 시작하며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주무 부처 및 여당과 재계에도 기부 움직임이 있었다.

정부는 전체 지원금의 10~20% 수준인 1조4000억~2조8000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전망해왔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유지지원금, 구직급여 등으로 급속히 고갈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기부율은 10%가 아닌 0.2% 수준으로 나타났다.

최종 기부금 확정까지 2개월 여 남았지만 지급률을 감안하면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재난지원금 신청 가구 수는 누적 2160만 가구로 지급 대상 가구의 99.5%가 이미 지원금을 받아갔으며, 금액으로는 13조5908억원이다.

재난지원금 외 근로복지공단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모금 중인 근로복지진흥기금 지정기부금은 지난 11일부터 개인·기업·단체 등에서 855건, 18억3200만원 신청됐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