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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노조, 제주항공 ‘최후통첩’에 ”독점적 지위 위해 파산으로 내몰아” 반발

입력 : 2020-07-04 08:00:00 수정 : 2020-07-04 06: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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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800억 15일 내 갚으라는 것은 날강도”…M&A 거부로 해석/ 김현미 국토부 장관, 제주항공 모기업 애경 그룹 채영석 부회장,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과 면담 / 김 장관 “계획대로 M&A 성사되도록 노력해달라” 당부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이스타항공 사무실 모습. 인천공항=뉴스1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은 “열흘 내 선결 조건을 이행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인 제주항공을 규탄했다. 이에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  파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공항의 모기업인 애경 그룹의 채형석 부회장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이자 전 이스타항공 그룹 회장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계약 성사에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소재 애경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며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15일(10영업일) 내 갚으라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M&A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후 구조조정을 지시해왔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책임은 계약과 무관하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고도 3월 후 발생한 부채를 이스타항공이 갚으라는 것은 날강도와 다름없다”고 전날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전달한 최후통첩 내용을 맹비난했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은 M&A 과정에서 지난 3월 모든 국제·국내선을 셧다운(운항 중단)했으며, 다음달에는 계약직 직원을 포함한 약 350명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은 매출을 못내 지난 2월부터 직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결과 현재까지 체불이 2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이 겪고 있는 극심한 경영난의 원인 제공자 중 하나인 제주항공이 되려 ‘부채부터 갚으라’고 최후통첩을 한 데는 M&A를 거부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이날 노조는 애경 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이석주 대표와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간 통화를 녹취한 파일에 담긴 내용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20일쯤 오간 이 통화에서 “국내선은 가능한 운항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최 대표의 말에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셧다운을 하고 희망퇴직을 들어가야 한다”며 “그게 관(官)으로 가도 유리하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이어 최 대표는 ”희망퇴직자에게는 체불임금을 주지만 나머지 직원은 제주항공이 줘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직원들이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딜 클로징(종료)을 빨리 끝내자”며 “그럼 그 돈으로 하면 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미지급금 중에 제일 우선 순위는 임금”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거부, 구조조정, 임금체불 문제를 놓고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노조는 이 같은 통화 내용을 두고 “제주항공의 이익을 위해 이스타항공을 희생해 자력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박탈했다”고 질타했다.

 

노조는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소재 민주당 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이후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제주항공 불매운동 등 총력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노조에 의해 제시된 쟁점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오는 7일 이후 입장을 공식 밝히겠다”고만 했다.

 

이스타항공은 전날 밤 제주항공에 다시 공문을 보내 지난달 29일 이 의원의 지분 헌납에 대해 재차 설명하고 인수에 속도를 내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타항공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가 지분 38.6%에 대한 매각대금 410억원을 이스타항공에 증여하면 제주항공이 150억∼200억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M&A의 최대 걸림돌인 체불임금에 대해서도 ”근로자들이 M&A만 성사되면 반납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열흘 내 (M&A) 선결 조건을 이행하라는 종전의 입장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지난 1일자로 이스타항공의 브랜드마케팅본부장(상무)직에서 사임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올스톱’ 상태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독려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뉴시스

 

김 장관은 이날 채 부회장, 이 의원과 면담을 하고 M&A 진행 경과와 입장을 듣고, 항공산업 발전과 고용 안정을 위해 애초 계획대로 계약이 성사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견에 대해서는 상대가 수용할 수 있는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 대승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전했다. 또 뚜렷한 인수 의지를 보이면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최대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그동안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과 함께 M&A 성사 시 인수금융 지원과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을 통해 지원해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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