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와 통화하면서 부적절한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 고인의 아버지가 “제가 봐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보수언론의 공격”이라며 통화 내용을 짜깁기한 것뿐이라고 일축했으나 최 선수의 유족에겐 상처가 되는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고인의 부친인 최영희씨는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 의원이 (최 선수의) 동료 선수와 전화 통화한 내용이 알려져 논란이 있다’는 질문을 받고 이 같이 답했다. 최씨는 “임 의원과 두 번 통화를 했는데, 첫 번째 통화에서도 임 의원이 ‘애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데 왜 부산에 방치했느냐, 집에 데리고 오지’ 이런 취지의 발언도 했었다”며 “그때 ‘저도 그게 제일 후회스럽다, 그런데 유족한테 그런 말 하는 게 한 번 더 제 가슴에 못을 박는 기분이 든다’는 식으로 임 의원한테 얘기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는 “(임 의원이) 안타까워서 그런 얘기를 했을 순 있다”고 덧붙였다.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가 ‘임 의원이 의도적으로 감독과 팀 편을 들고 있는 거 아니냐’는 데 대해선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 것이냐’고 묻자 최씨는 “그렇다”며 “두 번째 통화에선 이걸(최 선수 사건) 철저히 조사해서 국회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임 의원이 말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딸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가해자들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우리 집은 완전히 파탄났다”며 “너무 분해서 (고인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장모 선수 어머니한테 전화를 해서 강력히 항의했는데 전화를 끊었다”고 털어놨다. 감독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최씨는 인터뷰 말미에 “앞으로 제2, 제3의 숙현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들을 엄벌해서 숙현이가 받던 고통, 가해자들도 수십 배, 수백 배 받을 수 있도록 엄정 수사를 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이자 유망주였던 고인은 수년 간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의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고인은 감독과 팀 닥터, 선배 2명 등에게 식고문과 폭행, 폭언 등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경찰 고소와 함께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에 신고했으나 끝내 외면당했다.
TV조선은 전날 민주당 임 의원이 최근 고인 동료 선수와의 통화에서 “(고인이) 좋은 팀으로 와서 잘 지내고 있는데, 지금 부산 선생님은 무슨 죄가 있고, 부산시체육회가 무슨 죄가 있고”라거나 “왜 부산 쪽까지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지”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임 의원은 또 최 선수가 숨지기 전 검찰에 고소한 일을 두고는 “왜 이렇게 부모님까지 가혹하게 자식을…”, “다른 절차가 충분히 있고, 징계를 줄 수 있고 제명을 할 수도 있는 방법이 있는데”, “어린 선수에게 검찰과 경찰 조사를 받게 했는지” 같은 말도 했다. 최 선수의 남자친구 이야기 등 개인사까지 물어봤다고 한다.
보도가 나온 뒤 임 의원은 입장문을 내 “진상규명이 두려워 이를 끌어내리려는 보수 체육계와 이에 결탁한 보수언론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진상규명을 두려워하는 세력들이 내일 열리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 물을 타기 위한 조직적 행위”라고도 했다. 21대 총선에서 국회에 입성한 임 의원은 문체위 소속으로 이번 사건 진상조사를 추진 중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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