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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폭력’ 뿌리 뽑겠다더니…쳇바퀴 돌 듯 악습 되풀이

입력 : 2020-07-06 20:18:30 수정 : 2020-07-06 21: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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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 ‘최숙현 사건’ 파장 /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 공언 불구 / 선수 보호 보다 행정적 처리 집중 / 솜방망이 징계… 온정주의 여전 / 최, 인권센터 신고… 사실상 방치 / “가장 큰 책임은 대한체육회” 지적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와 대화 중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조재범 전 빙상대표팀 코치의 폭행과 성폭행 사건으로 드러난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문제에 대해 사과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 마련을 공언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뒤 고 최숙현 선수가 감독과 팀닥터로 불린 치료사, 그리고 선배로부터 끊임없는 폭행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6일 이 회장은 다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참담한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지도자들을 교육하겠다”며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를 두고 체육계 폭력문제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 반복되고 있다는 국민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 등 혐의 전면 부인 고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을 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감독(왼쪽)과 선수 2명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최 선수가 이미 4월에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에 폭행사실을 신고했지만 조사하겠다는 답변 외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폭력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이라며 홍보했던 인권센터의 허상이 드러난 대목이다. 최 선수는 그 전후로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하고 대한철인3종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에까지 진정서를 냈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여러 기관이 최 선수를 돕지 못했지만 가장 큰 책임은 대한민국 체육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에 있다는 것이 다수의 목소리다.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 등 40여개 스포츠·시민단체가 모여 만든 ‘고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요청에 답하기 위해 모인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 선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진상조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며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대표기관들의 무능을 질타했다.

 

무엇보다 체육회 인권센터의 유명무실함은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한 관계자는 “전형적인 행정조직일 뿐 선수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조직이 아니다. 이들은 선수 보호보다 잘못된 일 처리로 징계나 소송에 휘말리는 것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정확한 사실 파악이 힘들다는 핑계 뒤에 숨어버린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체육회가 조재범 사건 이후로도 각종 비리와 폭력 사건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를 이어왔다는 점은 폭력 재발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기간에 발생한 징계안 104건 중 33건이 징계 기준보다 낮은 수위에서 처분이 이뤄졌다. 특히 33건 중 4건은 선수 폭행과 관련됐지만 징계가 ‘출전정지 3개월’, ‘경고 및 사회봉사 30시간’ 등에 머물렀다. 해당 비위 내용은 징계의 하한선이 자격정지 등 1년이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 김 모씨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온정주의 처벌이 가능한 것은 체육계가 선후배 관계로 엮인 철저한 ‘그들만의 리그’이기 때문이다. 이번 최 선수 사건의 징계를 결정하는 철인3종협회 임원이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열리기 전 일부 선수들에게 입단속에 나섰다는 증언이 나오는 것도 제 식구 감싸기로 보인다. 그래서 협회가 과연 징계를 내릴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체육회는 하부 단체에 처벌을 떠넘긴 채 또다시 확실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1년여 전과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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