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은 9일 오전 10시44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있는 시장공관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정세균 국무총리와의 오찬이 예정돼 있었는데, 박 시장이 직접 정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몸이 좀 안 좋아서 오찬에 못 나가게 됐다,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통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2시1분쯤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공관을 나서며 행방이 묘연해진 지 약 13시간, 딸의 실종신고로 경찰이 수색을 시작한 지 약 7시간 만이었다.
박 시장은 택시를 타고 오전 10시53분쯤 북악산 와룡공원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폐쇄회로(CC) TV에 찍힌 최종행적이다.
경찰에 처음 박 시장의 실종신고를 한 건 그의 딸이었다. 박 시장의 딸은 9일 오후 5시17분쯤 112에 전화해 “아버지(박 시장)가 이상한 말을 하고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며 수색을 요청했다.
경찰은 신고가 접수된 지 13분 만인 오후 5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박 시장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성북구 길상사와 와룡공원 일대 주변을 ‘1차 수색’했다.
이후 박 시장을 발견하지 못한 경찰은 와룡공원과 국민대입구, 팔각정, 곰의집을 중심으로 2차 수색에 나섰다. 수색 인원은 1차 580여명에서 2차 770여명으로 늘었다. 야간열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와 수색견 9두도 투입됐다.
박 시장을 처음 발견한 건 소방구조견이었다. 그는 신고 약 7시간 만인 10일 밤 12시1분 북악산 성곽길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박 시장의 가방도 발견됐는데, 휴대폰과 명함, 필기도구 등이 담겨 있었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박 시장은 최근 전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해당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전망이다.
정치권은 곧바로 충격에 휩싸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건”이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10여년간 서울시민을 위해 헌신한 박 시장이 유명을 달리한 채 발견됐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가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짤막한 추도 메시지를 남겼다.
손혜원 전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서둘러 가시려고 그리 열심히 사셨나요. 제 맘속 영원한 시장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황희두 전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은 2년 전 다음 브런치에 썼다는 ‘인물 에세이 - 박원순 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싣고, “일하다가 ‘과로사’하는 꿈”이라던 박 시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아직 풀어 가셔야 할 매듭이 너무나 많은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매우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구두논평을 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참으로 당황스럽고 황망한 일”이라며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운동, 시민운동,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비통한 마음”이라고 애도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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