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인가. 성추행 혐의 피고소인인가.
10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에 관한 국민청원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가 박 시장의 장례를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한 가운데, 청원인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박원순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다”라면서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라며 “(박원순 시장 장례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1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2시1분쯤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 딸의 실종신고로 경찰이 수색을 시작한 지 약 7시간 만이었다.
서울특별시장은 정부 의전편람에 분류된 장례절차 가운데 ‘기관장’에 해당한다. 정부 의전편람은 국가장 외 ‘공식적인 장례절차’로 정부장과 국회장, 기관장 등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기관장은 가족장과 달리, 당해기관이 장례위원회를 구성해 그 위원회 명의로 주관한다.
시는 일반 시민도 조문할 수 있는 분향소를 청사 앞에 설치하기로 했다. 시민들의 조문은 내일 오전 11시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화와 부조금은 받지 않는다.
그러나 청원인은 박 시장의 장례를 이같은 기관장으로 치르는 것은 지난 8일 박 시장을 성추행 및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 등으로 고소한 서울시 직원 A씨(전 비서)를 배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비판했다.
성추행 의혹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피고소인인 박 시장이 사망하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해당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해당 논란은 정치권에서도 예민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서 수행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수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조화를 보내 논란이 인 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아무리 같은 ‘패밀리’라도 대통령이라면 공과 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라며 “그냥 사적으로 조의를 전하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성추행범에게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이 적힌 조화를 보낼 수 있는지”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고한석 비서실장이 박 시장이 사망 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언장을 유족 동의에 따라 공개했다.
이 유언장에서 박 시장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며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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