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수사권 없어 진실규명 한계” 지적
이해찬, 뒷북 사과… “피해호소인” 고수
통합당 “피해자 2차 가해 조장” 비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서울시가 조사에 나선다. 들끓는 진상규명 여론에 등 떠밀려 박 전 시장 사망 6일 만에야 결정한 뒷북 대응이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 당시 비서실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도 시작됐다.
서울시는 15일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 긴급브리핑에서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운영으로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겠다”며 “조사단의 구성과 운영방식, 일정 등에 대해서는 여성단체 등과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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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대상인 서울시가 조사단을 꾸리면 ‘셀프 조사’의 모양새를 띠고 강제 수사권도 없어 진실규명의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이날 고한석 전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3시간가량 조사했다. 고 전 실장은 박 전 시장이 실종되기 전 마지막 이야기를 나눴던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조사 직후 취재진에게 “(마지막 통화시간은) 대략 (오후) 1시39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해달라는 진정 건에 담당 조사관을 배정하는 등 공식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지난 13일 당 수석대변인을 통해 ‘간접 사과’한 데 이어 이날 직접 사과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 다시 한번 통절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 호소인의 뜻에 따라 서울시에서 사건 경위를 철저히 밝혀달라”고 당부했으나 “고인의 부재로 당으로서는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이 느끼는 실망과 분노에 공감한다”며 “피해 고소인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된 모든 기관과 개인이 진상규명에 협력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최대한 협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대표와 서울시는 성추행 관련 피해 고소인인 전직 비서 A씨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 대변인은 “피해 호소인이 여성단체를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우리 내부에 공식적으로 (피해가) 접수되고 (조사 등이) 진행되는 시점에서 ‘피해자’라는 용어를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이런 말(피해 호소인)을 쓴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미래통합당 유의동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는 것은 2차 가해 조장”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핵심관계자는 “민관합동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를 차분히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박연직·유지혜·곽은산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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