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히 기다리겠다” 이재명…‘대권’ vs ‘당선무효’ 갈림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최종 선고기일인 16일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출근길 심경을 전했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만큼 이 지사가 이날 도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지사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는다면 내년 4월 광역단체장 보궐선거에서 서울시, 부산시에 이어 경기도까지 대상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사로 출근하며 “겸허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제게 주어진 최후의 한순간까지 도정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그는 이날 남색 양복과 푸른색 넥타이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청사로 향했다. 이 지사는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의 대법원 선고 공판은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돼 있다. 선고 공판은 TV,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이 지사는 이날 재판장에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인 김종근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가 대신 참석할 예정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됐다.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방송 토론회에서 자신의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대해 “그런적 없다”고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이 지사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입원에 관여한 것을 부인한 것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당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2년 4월부터 8월까지 수회에 걸쳐 분당보건소장에게 (친형)이재선씨를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시장 등에 의한 입원규정’에 의해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했다”며 “사실대로 발언할 경우, 낙선할 것을 우려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일인 16일 오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이 이날 원심을 확정하거나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내릴 경우 이 지사는 직을 잃게 된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이 지사가 직을 잃게 되면 본인의 정치적 타격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 3명이 자리를 비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에 따른 여당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어 이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주요 도시인 서울, 부산, 경기의 단체장이 공석이 돼 그동안 진행해온 도정에 차질도 불가피하다. 내년 4월 치러지는 보궐선거도 이른바 미니 대선급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