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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즉흥적” vs “미리 준비”… 이재명 판결 놓고 7:5로 갈라선 대법원

입력 : 2020-07-16 16:00:00 수정 : 2020-07-16 15: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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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뉴시스

 

대법원이 1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손을 들어주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토론회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대법관 12명 중 7명이 무죄, 5명이 유죄라 판단하며 양 측 의견이 강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한편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이미 목이 떨어져 있는지도 모른다”며 자신의 처지를 ‘단두대 운명’에 비유했던 이 지사는 말 그대로 ‘한 끗 차이’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다수의견 7명 “즉흥적인 토론회 특성… 엄격한 법적 책임 묻지 말아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주요 쟁점은 이 지사가 2018년 5월과 6월 MBC 등 공중파 방송 경기도지사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형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관한 상대 후보자의 질문에 부인하며 일부 사실을 진술하지 않은 것을 공직선거법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였다.

 

과거 이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었던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12명 중 7명의 대법관이 무죄, 5명이 유죄라고 판단했는데 무죄 판단이 다수의견이 됐다. 이 지사가 한 발언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허위사실공표)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다수의견은 “토론회는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이용하는 연설과 달리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 계속적으로 질문과 답변, 공격과 방어가 계속된다.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설령 후보자들이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 표현을 하더라도 토론 과정에서의 경쟁과 사후검증을 통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라고 보았다.

 

또한 “국가기관이 토론에서 나온 발언 모두를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들은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힘들다”며 “후보자들의 자질을 검증한다는 토론회의 의미를 몰각시킬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어 “후보자 발언이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 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며 이 지사의 발언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6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상고심 선고 공판 생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반대의견 5명 “토론회에서 구체적 발언만 한 후보자만 처벌받게 될 것” 우려

 

반면 대법관 5명은 “(이 지사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판단됨으로 다수 의견과 논거에 동의하지 못 한다”며 유죄 의견을 냈다. 피고인인 이 지사가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 한 게 아니라 사실을 숨기고 유리한 사실을 덧붙여 전체적으로 보아 피고인이 형에 대한 입원 절차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이다.

 

이날 박상옥 대법관은 대표로 반대의견을 소개하며 “후보자 토론회의 발언이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표명하는 게 아닌 한 허위사실로 처벌하지 않고 면죄부를 준다면 선거 과정에서 토론회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히려 토론회에서 구체적 발언을 한 후보자만 법적 책임을 부담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토론회의 발언이 공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도 반한다. 대법원 판례는 토론회 발언을 공표로 보고 있고 개별 사안에 따라 허위성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며 “간접적이고 우회적인 표현이더라도 전체 발언 취지에 비춰 허위사실 존재를 암시하고 후보자 평가에 유리한 평가를 미칠 가능성과 구체성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수의견처럼 공표의 의미를 해석한다면 허위사실 공표죄 적용 범의를 수사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도록 맡기게 된다고도 했다. 적극적이고 일반적인 표현과 그렇지 않은 표현을 다르게 볼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반대의견 대법관들은 “토론회에서 후보자가 예상하지 못하고 유권자가 잘 모르는 주제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상대 후보의 질문은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게 아니었다. 피고인은 답변을 미리 준비했고 그 준비된 대로 답변한 것이 이 사건”이라며 다수의견에  반박했다. 다수의견이 국민 법감정과 대법원 판례에서 거리가 멀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이 지사는 경기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로 기소됐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에서 ‘친형을 강제입원 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는다.

 

이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2심에서 일부 사실을 숨긴(부진술) 답변이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돼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받아 상고했다. 검찰은 무죄 판결이 나온 혐의에 대해 상고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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