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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국의 ‘수돗물 유충’ 늑장 대응, 국민 불안감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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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20 22:41:12 수정 : 2020-07-20 22: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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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공포가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과 부산, 경기 광주·파주시, 충북 청주, 강원 양양 등 전국 각지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민원이 속출한다. 인천시가 그제 오후까지 확인한 유충 사례만 서구·강화·부평·계양 지역 166건에 이른다. 서울에선 상수도사업본부가 그제 중구의 한 아파트 욕실에서 “1㎝ 정도 길이에 머리카락 굵기의 붉은 벌레가 물속에서 실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는 신고를 받고 유충을 수거해 정밀분석 중이다.

 

수돗물 유충 사태가 터진 후 인천 등에서 샤워기 필터 및 생수 판매량이 급증했다. 식당에선 ‘생수로 조리’ 등의 안내문을 출입구에 써붙였고, 일부 가정에선 생수로 아이를 씻긴다고 한다. 어제 증시에서 생수 관련 기업의 주가도 치솟았다. 수돗물 유충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당국의 대응은 굼벵이처럼 느리기 짝이 없다. 수돗물 유충 사태는 지난 9일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 사는 주민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곳에서 발견된 깔따구 유충은 4급수 이하의 더러운 물에서 사는 수질오염 지표생물이다. 그런데도 민원을 접수한 인천시의 첫 반응은 “깔따구류가 유해하다고 알려지지 않았다”였다. 무책임하고 한심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인천시는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유충 발생 사실을 쉬쉬하다가 닷새가 지난 14일에야 대책회의를 열었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인천 서구는 지난해 6월 붉은 수돗물 파동을 치른 곳이다. 이런 무사안일한 행태가 1년 만에 수돗물 오염사고 재발을 부른 것이다. 어디 인천뿐이겠는가.

 

수돗물은 국민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공공재다. 그 기반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무리 수돗물이 안전하다고 외쳐봐야 누가 곧이듣겠는가. 국민이 믿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책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어제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전국 484개 정수장에 대한 긴급점검을 조속히 추진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당연한 조치지만 늑장 대처다. 정부는 조속히 원인을 규명하고 수돗물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번 사고를 공포로 키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 불신을 걷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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