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 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48)씨가 국내 송환에 맞서 대형 로펌의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자로, 혁기씨는 아버지 뒤를 이어 계열사 경영을 주도하는 등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24일(현지시간) 미 법원과 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자택에서 체포된 혁기씨는 범죄인 인도 재판을 앞두고 법조 경력 30년이 넘는 거물급 변호사인 폴 셰흐트먼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형사사건 전문인 폴은 하버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으로, 워런 E. 버거 전 연방대법원장의 로클럭(재판연구원)을 지냈고 뉴욕 검찰에서 재직한 경험도 있다. 아울러 펜실베이니아대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폴은 로펌 브레이스웰의 파트너 변호사인데, 이 무법인은 텍사스주에 본부를 두고 뉴욕과 워싱턴DC, 댈러스 등 미 주요 도시는 물론이고 영국 런던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 해외 지사까지 둔 글로벌 대형 법률회사다.
혁기씨는 559억원 횡령·배임 등 7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법원은 한국의 범죄인 인도 청구서를 토대로 지난 2월27일 유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뉴욕남부지검은 약 5개월 만에 전격 체포했다.
그는 체포 직후 화상 및 전화로 법원 심리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구체적인 심리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미 검찰은 유씨의 신병 확보 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그를 송환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했다.
또 범죄인 인도와 관련해 법원은 그동안 보석(보증금을 조건으로 내건 석방)을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허용돼선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유씨 측은 이에 맞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강제 송환의 부당성을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유씨는 2014년 4월 말 이후 한국 검찰의 3차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에서 귀국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 검찰은 그 다음달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을 통해 적색 수배령을 내리고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이후 6년간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었다.
유씨가 재산을 지킬 목적으로 거물급 변호사를 선임한 채 버티키에 나섬에 따라 국내 송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 법원이 범죄인 인도 결정을 내리더라도 유씨가 불복해 소송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면 인도 여부의 정당성을 가리는 재판만 수년간 진행될 수도 있다.
실제로 함께 배임 혐의를 받은 누나 섬나(54)씨의 송환에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섬나씨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검찰의 출석 통보를 받았으나 혁기씨와 마찬가지로 불응했고 그 다음달 파리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 당국의 송환 결정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하며 버티다가 2017년 6월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혁기씨는 그간 검찰이 유일하게 신병 확보를 하지 못했던 유 전 회장의 2남 2녀 중 차남이었다. 2014년 유 전 회장은 숨진 채 발견됐는데, 혁기씨가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체포됐다.
혁기씨는 조각가로 활동한 형인 장남 대균씨와 달리 세모 그룹 계열사를 경영해 세월호 사건의 핵심 용의자 중 한명으로 꼽혀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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