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등 화웨이 때리기… 삼성, 5G 글로벌 시장 확대 기회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이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미국과 영국 등이 세계 최대의 중국 통신 장비업체 화웨이의 제품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삼성이 글로벌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잡게 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들도 현재 화웨이 사용 금지를 검토하고 있고,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기준으로 화웨이에 이어 세계 2, 3위인 유럽의 노키아와 에릭슨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노키아와 에릭슨 제품의 해외 반출 차단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의 5G 통신 장비 분야 점유율은 13%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WSJ는 “삼성이 지정학적인 갈등으로 미래 성장의 중심축으로 여기는 통신 장비 시장 점유를 확대할 중대한 기회를 잡았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기존 현금창출원인 스마트폰과 TV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이 통신장비 부문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은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어 다른 경쟁사들과 달리 상호 보복전에서 벗어나 있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삼성이 지난 8개월 사이에 캐나다, 뉴질랜드를 포함해 4건의 5G 통신장비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몇 달 사이에 삼성의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WSJ이 전했다. 삼성은 최근 유럽의 몇몇 통신사들과 5G 등의 네트워크 장비 공급 방안을 협의했고, 이번 달에 홀로그램과 같은 기술을 포함하는 ‘6G 비전’ 백서를 공개했다.

한국이 미국, 중국과 상대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삼성이 지정학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발생한 이래 중국을 직접 방문한 외국 비즈니스 리더 중의 한 명이라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삼성의 네트워크 장비 사업은 모바일 부문 매출에서 5%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나 2021년에 그 비중이 두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산했다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