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에서 근무할 당시 현지인 남자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된 일로 ‘국제적 망신’이란 논란이 인 것과 관련, 외교부가 뒤늦게 해당 외교관의 귀국을 지시했다. 이 외교관은 현재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 총영사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3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날짜로 외교관 A씨에 대해 즉각 귀임 발령을 냈다”면서 “여러 물의를 야기한 데 대한 인사 조치”라고 밝혔다.
외교관 A씨는 2017년 말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현지 남자 직원의 엉덩이를 손으로 만지는 등 3건의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로 현지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2018년 2월 임기를 마치고 뉴질랜드를 떠났으며, 현재 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 총영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안을 심층 보도한 뉴질랜드 방송 뉴스허브는 최고 징역 7년까지 받을 수 있는 A씨의 범죄 혐의에 대해 뉴질랜드 경찰이 조사하려고 했으나, 한국대사관 측이 이를 차단했다고도 주장했다.
뉴스허브는 A씨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돼 있는 상태지만, A씨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나라(필리핀)와 뉴질랜드 간에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 외교부는 한국 정부와 대사관 측이 A씨에 대한 수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한 불만을 표출해왔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 간 통화에서 이 사안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관계 부처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처리할 것’이라고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던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귀국길에 오르게 되면서 외교부가 뉴질랜드로의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을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뉴질랜드 측이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형사 사법 공조와 범죄인 인도 등의 절차에 따라 협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외교부는 뉴질랜드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A씨에 대한 면책특권 등을 주장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A씨 개인에 대한 (면책)특권 문제와 뉴질랜드에 있는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면책)특권 문제는 분리돼야 한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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