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MS에 협상 시한 못박고 “다른기업이 인수 가능” 또 압박
WSJ “민간 거래 개입 전례 없어”
中업체, 애플상대 1兆대 손배소… 법원 판결에 따라 대립 격화될 듯
中 “美, 판도라상자 열지마라” 경고… 양국 제2 언론전쟁 가능성도 커져
중국 소셜미디어 동영상 앱 ‘틱톡’ 인수 협상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거세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거래 수익금 일부를 국고로 환수토록 하겠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중국 인공지능(AI) 업체가 애플을 상대로 중국 법원에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국 간 첨단기술 전쟁이 특허권 분야로 확대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틱톡 인수 거래 수입금 일부 국고로 환수”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을 인수하면 거래 수익금의 상당액을 국고로 환수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정부 기관이 아웃소싱할 때 외국인 채용을 제한하고, 미국인을 먼저 선발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틱톡 인수 수익금의 일부를 미 재무부에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개인 정보 유출로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틱톡의 미국 내 사용 금지 위협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MS가 틱톡 인수를 추진하자 이를 허용하면서 9월 15일까지 매각 협상을 마치라고 시한까지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재무부에 보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정부에 내는 수익금을 MS나 중국 중에서 어느 쪽이 내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미국 대통령이 민간 기업 간 거래에 직접 개입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내놓으라고 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칼 도비아스 리치먼드대 교수는 “이것은 완전히 불법이고,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미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인수·합병이 진행될 때 정부 기관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비공개적으로 개입해왔다고 WSJ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MS나 다른 대기업 또는 보안업체 등 미국이 어느 기업이 틱톡을 인수해도 좋다”면서 “MS가 지분 30%를 사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어 지분 전체를 사들이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화상회의 업체 줌은 중국의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줌은 약 2개월 전 온라인 구독을 중단한 데 이어 이번에 직거래도 끊고 협력사를 통한 판매 모델만 남겨뒀다.
◆중 AI 업체, 애플 상대 “특허권 침해했다” 소송 제기
중국 AI 업체인 상하이의 즈전 네트워크테크놀러지가 애플을 상대로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 상당 특허 침해 소송을 중국 법원에 제기했다고 WSJ가 이날 보도했다. 틱톡 사업인수를 계기로 첨단기술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애플을 상대로 한 중국 업체의 특허권 침해 소송이 제기되면서 양국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국 법원 판결에 따라 양국 간 갈등이 첨단기술을 넘어 특허권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즈전은 중국 현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애플의 음성인식 기술 ‘시리’가 자사 특허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른 손해배상금 100억 위안과 애플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의 제조, 사용, 판매, 수출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반박 성명에서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승인을 받은 독립 감정인들이 이미 애플이 즈전의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인 ‘샤오아이 로봇’ 관련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바 있다”며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중국 내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틱톡 제재를 놓고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발전을 저해하려고 한다는 반발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틱톡은 시장 원칙과 국제 규칙에 따라 미국에서 상업 활동을 하고 있고 미국의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며 “미국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설에서 “틱톡 금지는 미국이 ‘겁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편, 양국 간 제2 언론 전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환구시보 후시진(胡錫進) 총편집인은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미국이 중국 기자들의 비자를 연장하지 않고 있다. 모든 중국 기자가 미국을 떠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도 맹렬히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워싱턴=이우승·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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