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한동안 남북 문화교류가 활성화되면서 국악계는 큰 화두를 품게 됐다. 분단 이후 ‘민족음악’이란 이름으로 다른 길을 걸어온 북한 국악을 접했기 때문이다. 전통의 보전과 승계에 주력한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주체적인 현대화를 택한 결과 둘 차이는 컸다. 북한 민족음악이 국악 오음계 대신 칠음계를 택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계기로 국립국악원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음악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특수자료취급기관으로 인가돼 본격적으로 연구를 벌여 왔다.
이처럼 북한음악 연구에 몰두해 온 국립국악원이 지난 7일 국내 최초의 북한음악 전문 자료실을 열었다. 국악박물관 3층 기존 자료실 공간과 기획전시실 공간을 개편해 ‘공간이음’이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일반에 공개하면서 ‘북한음악자료실(현장 열람 신고필요)’도 함께 마련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음악의 체계적인 기록과 연구를 통해 단행본·신문·잡지·팸플릿·영상·사진·음원 등 다양한 형태로 1만5000여 점의 자료를 수집했는데 이 중 5000여 점이 공개되고, 이후 순차적으로 더 공개될 예정이다. 임재원 국립국악원장은 “북한의 문화예술 자료는 통일부보다 우리가 더 많다”고 밝혔다.
국악원은 북한음악자료실 개실을 기념하는 기획 전시 ‘모란봉이요 대동강이로다’를 진행한다. 전시를 맡은 송상혁 학예연구사는 “북한음악자료실 자료를 중심으로 했다. 분단 이후 북한음악이 어떻게 변모됐는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이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일에는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이 북한에서 전통음악 정체성을 이어간 음악가 최옥삼, 정남희, 리건우, 김순남 등의 작품을 연주로 선보이는 ‘기록과 상상’ 연주회도 열렸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지휘를 배운 박태영 수원대학교 교수가 지휘를 맡고, 같은 대학을 거쳐 평양 국립교향악단 수석연주자로 활동했던 피아니스트 김철웅이 사회를 맡아 더욱 뜻깊은 무대였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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