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광화문 집회, 방역 측면에선 잘못…비판은 새겨야”
미래통합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지난 15일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논란을 빚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해 단호하게 선 긋기에 나섰다. 통합당은 당시 집회에 나온 전 목사와 일부 보수단체들의 행태와 관련해 책임론을 언급하는 여권의 공격에 “유치한 정치”라고 일갈하며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야기한 전 목사에 대한 공분을 야당 탓으로 돌리려 한다며 역공했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전 목사와 통합당을 결부시키는 것과 관련해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해 보려고 자꾸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면서 “그런 유치한 정치는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일갈했다. 전 목사에 대해서는 “스스로 방역준칙을 지키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방역 측면에서 보면 광화문집회는 잘못된 것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면서도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정권에 반대하고 비판한 메시지는 또 달리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미래통합당은 전 목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또 함께한 적도 없다. 말이 안 되는 걸 굳이 엮으려고 애쓰시는 게 안쓰러워 보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주말에 (광화문집 회에) 모인 많은 국민은 정부·여당에 호소하러 간 것이지 전 목사를 보러 간 게 아니다”라며 “지금 정치는 국민들 안전에만 집중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을 위해 정쟁의 욕구를 내려놓으라”고 민주당에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연휴 직전 정부의 대대적인 특별 여행기간 독려, 할인쿠폰 대대적 발급 등 안이한 대응은 인정하지 않은 채 오히려 국민 탓을 하고 있다”고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문재인정부에 돌렸다.
민주당은 전 목사와 통합당의 정치적 연관성을 주장하며 통합당이 관련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 목사는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고 확산시킨 법적, 도덕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며 “통합당도 8·15 태극기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 홍문표 의원과 김진태, 민경욱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이 집회에 참석했고, 통합당은 당원에게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는 어떠한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면서 “(통합당은) 전 목사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전 목사를 대변하는 정치인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한 정치인에 대한 통합당 차원의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통합당은 무분별한 집회를 계속 방치하고 참여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설훈 최고위원도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당은) 이 집회를 수수방관한 정도가 아니고 오히려 독려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통합당의 책임을 물었다.
한편 전 목사는 자가격리조치를 위반하고 조사대상 명단을 누락·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 의해 고발됐다. 전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에서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전 목사는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서울의료원에 이송돼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전 목사의 부인 서모씨와 비서도 확진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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