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신뢰회복·상생의 길…금융회사 평가에도 고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투자금 100%를 판매사가 돌려주라고 권고한 지 두 달이 지났다. 판매사들은 오는 27일까지 권고안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가운데, 윤석헌(사진) 금융감독원장이 판매사를 압박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전액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판매사들은 100% 반환에 난색을 보이며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윤 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고객의 입장에서 조속히 조정 결정을 수락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상생의 길”이라며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이 금번 조정안을 수락함으로써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피해구제를 등한시해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모두 상실하면 금융회사 경영의 토대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및 ‘경영실태평가’시에도 분조위 조정 결정 수락 등 소비자보호 노력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금감원은 임원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날은 예외적으로 윤 원장의 발언을 공개했다. 판매사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판매사를 압박하겠다는 금감원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의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고객들은 판매사를 신뢰해 거래한 것이므로 판매사는 고객들을 상대로 했던 부당한 판매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전액 배상을 촉구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 6월 말 2018년 11월 이후 팔린 무역금융펀드 4건에 대해 판매사가 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판매사는 지난달 27일까지 권고안 수용 여부를 정해야 했으나 4개 판매사 모두 결정을 한 차례 연기했다.
판매사들은 투자금 100% 전액 반환을 부담스러워한다. 투자에 대한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될 수 있고, 한번 배상하고 나면 추후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판매단계에서 정상적으로 판매가 이뤄졌다면 (고객이) 손실에 대한 가능성을 인지한 것”이라며 “100%를 물어주는 건 지금까지 없던 일이라 그런 부분에서 판매사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판매사들이 금감원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공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긴 법리 다툼을 해야 해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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