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골프 만찬을 즐긴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은 필 호건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결국 사임했다.
호건 위원은 26일(현지시간) “공직자들이 그들에게 요구되는 규범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이 느꼈을 상처와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의 핵심 당사자 역할에서 물러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전했다. 그는 “최근 아일랜드 방문과 관련한 논란이 EU 집행위원으로서의 업무에 해가 된다는 점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며 “나의 아일랜드 여행이 이런 우려와 불안,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방역 지침을 어긴 점은 인정했으나, 법률 위반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밤 필 호건 집행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와 함께 일할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호건 위원은 지난 19일 모국인 아일랜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골프 만찬 모임에 참석해 논란을 일으켰다. 코로나19 재확산 움직임이 일면서 바로 전날 아일랜드 정부가 6인 초과 실내 모임을 금하는 추가 방역 지침을 내렸지만, 당시 골프 모임에는 80여명의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언론 폭로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크게 일었고, 경찰은 이 모임의 방역 지침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개시했다.
호건 위원은 이밖에 14일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지난달 31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일랜드로 돌아와 자가격리를 하던 중 이달 5일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병원에서 코로나19 테스트를 받은 결과 음성이 나와 더는 자가격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코로나19 진단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외국 입국자는 14일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는 아일랜드 방역 지침과 어긋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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