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아온 경찰관 폭행… 떨어진 옷 속에서 권총 나와
사망 현장서 경찰관 처벌 요구 항의 시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경찰관 2명이 흑인 등에 총알 20발 이상을 난사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생해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 등의 보도에 따르면 흑인 남성 디잔 키지(29)가 자전거를 타고 LA 인근 웨스트몬트 지역을 지나가다가 LA 카운티 소속 경찰관 2명과 교통 법규 위반 시비 끝에 현장에서 사살됐다.
키지는 경찰관이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며 단속에 나서자 자전거를 버리고 달아나기 시작했으며 뒤쫓아온 경찰관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이때 키지가 떨어뜨린 옷 꾸러미에서 반자동 권총 1정이 발견됐다고 LAT가 보도했다. 경찰관 2명은 달아나던 키지의 등을 향해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무려 20발 이상의 총알이 발사됐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그러나 LA 카운티 보안관실은 경찰관이 몇 발의 총알을 발사했는지 밝히지 않았고, 키지의 법규 위반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키지 가족의 변호인 벤저민 크럼프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키지가 권총이 들어있던 옷 꾸러미를 떨어뜨린 뒤 그것을 줍지 않았음에도 경찰관들이 키지의 등 뒤에서 20발 이상 총을 난사했다”고 밝혔다. 현장 목격자들은 키지가 경찰관 앞에서 돌아선 뒤 달아나려 하자 경찰관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미국 언론에 밝혔다. 그가 사망한 현장에서는 100여 명이 경찰관 처벌을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세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관이 쏜 7발의 총알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커노샤에서는 현재 인종 차별 항의 시위대와 도널드 트럼프 정부 및 경찰 측을 옹호하는 시위대의 충돌로 소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위스콘신주 주지사와 커노샤 시장 등의 반대에도 불구 커노샤시를 방문해 시위대의 방화로 불에 탄 가구점 등을 둘러본 뒤 폭력 시위를 규탄하고, 법과 질서 회복을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태에 빠진 블레이크 또는 그의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블레이크 어머니의 목사와 전화 통화만 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진압에 나선 주 방위군 임시 지휘센터를 방문하고, 현지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평화 시위가 아니라 국내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면서 인종 차별 항의 시위대를 폭도, 무정부주의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