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멍청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또라이(Wacko) 존 볼턴은 내가 김정은에게 받은 ‘러브레터’를 정말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방금 들었다”며 “분명히 사캐스틱(sarcastic)한 것이었다. 볼턴은 정말 멍청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온 친서를 마치 연애편지인것처럼 여겼다는 식으로 볼턴이 말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편지를 연애편지처럼 언급한 것은 일종의 풍자라고 언급하고,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볼턴 전 보좌관을 비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언제, 어떤 식으로 ‘러브레터’에 대해 언급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는 2018년 6월 북·미 1차 정상회담을 정점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한 이후 김 위원장에게서 온 친서를 ‘러브레터’라고 표현하진 않았지만 ‘아름다운 편지’, ‘훌륭한 편지’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볼턴 전 보조관에 대한 비난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친서를 극찬하던 기존 태도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오는 15일 발간하는 신간 ‘격노’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우드워드는 책 발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25통의 친서를 입수했다고 밝혀 최소한 일부라도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1차 정상회담 등 3차례 회담을 이어갔지만 현재 비핵화 협상은 교착상태이고, 11월 대선 전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그간 주고받은 두 정상간 친서에 담긴 내용에 따라서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볼턴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외교와 대북 접근법을 비판해 왔다.
그는 17개월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하다 지난해 9월 경질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도 사유 중 하나로 언급했다. 볼턴은 북한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지난 6월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출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으로부터 수차례 친서를 받고 크게 흡족해하면서 2차 정상회담 일정을 독촉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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