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등 오바마 정권 잘못”
트럼프 ‘前 부통령 심판론’ 몰고가
‘소득세 납부 회피’ 막강 공세 카드
바이든, 정권 실정 등 지적 나설 듯
TV토론, 대선 영향력 미미 평가
두 후보 2021년 노벨평화상도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첫 번째 TV토론을 하는 결전의 날을 맞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8∼10%포인트가량 바이든에게 밀리고 있는 트럼프는 이번 토론에서 바이든의 결정적 실수를 유도하는 전략으로 KO승을 노리고 있다.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토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고, 이번 TV토론에서도 트럼프를 압도하지는 못할 것으로 미 언론은 관측했다. 그러나 토론 직전 트럼프의 탈세 의혹이 터지면서 바이든 후보가 막강한 공세 카드를 쥐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9세인 바이든 후보의 ‘정신적 능력’ 문제를 제기해 왔기에 인신공격 등 무차별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를 현직인 자신이 아니라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심판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과 경제난, 흑인 인권시위 사태 등이 모두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잘못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집권 2기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바이든이 이끄는 무능하고 부패한 사회주의 세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바이든은 트럼프 집권 4년의 실정과 소득세 납부 회피 등의 이슈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국가 지도자다운 안정감을 보여주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미국이 최악의 코로나19 피해국으로 전락한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트럼프가 보수파인 에이미 배럿을 새 대법관으로 지명해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바이든 캠프는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0년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6년과 다음 해에도 각각 750달러만 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지만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가상각과 세액공제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의 채무는 국가 안보 문제”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2016년 대선 당시에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 했다고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 부본부장을 지냈던 릭 게이츠가 자신의 저서에서 폭로했다.
대선 TV토론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으나 대선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와 3번의 토론에서 3대 0으로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실제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WSJ와 NBC방송의 최근 공동조사에서 TV토론이 지지 후보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 응답자의 비율은 29%로 역대 4번의 선거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스타일로 인해 미국의 유권자 대다수가 이미 지지 후보를 결정한 상태라고 WSJ가 전했다. 이번 토론은 코로나19 탓에 방청객 수를 75~80명으로 제한하고, 두 후보 간 악수도 없이 곧바로 시작된다.
한편 두 후보는 2021년도 노벨평화상을 놓고도 경쟁하게 됐다. 28일 영국 노동당 크리스 브라이언트 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 도시들이 불길에 휩싸이고 시민들이 서로 갈등할 때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며 노벨상 후보로 추천했다. 앞서 노르웨이 우파 ‘진보당’ 소속 크리스티안 튀브링예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의 평화협약 체결을 지원해 양국 간 평화에 기여했다면서 후보로 추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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