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의 2차 TV토론이 화상형식으로 바뀌자 트럼프 대통령이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캠프는 2·3차 TV토론을 1주씩 연기하자고 했지만, 바이든 캠프는 불가하다고 맞서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토론위원회(CPD)는 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 등을 감안해 대면이 아닌 화상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전염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화상 토론에는 ‘불참’하겠다고 압박했다.
CPD는 두 번째 대선 토론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토론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PD는 성명에서 “두 번째 대선 토론이 타운홀 형태로 열리지만 후보들은 서로 떨어진 위치에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개최 예정인 이번 토론은 두 후보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청중들이 던지는 질문에 답변하는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CPD의 방식 변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공개한 뒤 아직 완치되지 않은 상황 때문에 전염 가능성과 안전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화상 토론 계획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CPD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폭스비즈니스뉴스에 출연해 “나는 가상 토론은 하지 않을 것이다. 가상 토론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컴퓨터 뒤에 앉아 토론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원할 땐 언제라도 차단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나는 오늘밤 유세를 하고 싶을 정도로 상태가 좋다고 생각한다. 어젯밤 유세를 하고 싶었다”며 “나는 완벽하다고 느낀다. 잘못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감염된 것은 “하늘로부터 받은 축복”이라는 전날 주장을 거듭하면서 “보안이 아무리 좋아도 이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진 못할 것이다. 이는 먼지 입자”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나는 전염성이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를 받고 있고 아직 음성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는 토론위의 권고를 따르겠다고 했다. CPD는 토론 방식 변경 문제를 사전에 두 캠프와 상의하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발표 5분 전에야 캠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랭크 파렌코프 주니어 CPD 공동의장은 “토론을 원할지 말지는 후보에게 달린 문제다.
안전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는 15일 토론을 22일로 미뤄 대면 토론으로 진행하고, 당초 22일 토론은 29일에 하자고 제안했다. 2·3차 토론을 각각 1주일씩 늦춰서 화상이 아닌 대면으로 하자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인 빌 스테피언은 성명에서 “CPD가 바이든 후보 측을 돕고 있다”고 비난하며 22·29일 토론회 개최를 거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바이든 캠프는 토론을 일주일씩 미루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캠프 대변인 케이트 베딩필드는 성명에서 “트럼프가 아니라 CPD가 날짜를 정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동이 그에게 달력을 새로 쓰고 새로운 날짜를 선택하도록 허락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9월 29일, 10월 15일과 22일 세 번의 토론 개최를 수용했고, 트럼프는 오늘 15일 토론회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며 “우린 10월 22일로 예정된 마지막 토론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가 나타날 수도, 다시 거절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의 선택”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따라 2·3차 토론이 열릴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일단 15일로 예정된 2차 토론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