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면에서 자신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를 겨냥해 ‘색깔론’까지 끌어들였다. 바이든 후보는 물론 그를 지지하는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까지 싸잡아 ‘사회주의자’로 규정하며 미국과 미국 영향권에 해당하는 남미 대륙으로부터 사회주의를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0일(현지시간) 주치의로부터 “더는 타인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는 소견, 사실상의 완치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남미에서 친미 성향이 가장 두드러진 콜롬비아의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의 가택연금 해제 소식을 전하며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우리베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미 행정부가 수여하는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았을 정도로 친미 성향이 짙은 인사다. 최근 비리 혐의가 드러나 가택연금에 처해졌으나 2개월 여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콜롬비아는 오랫동안 좌우 간에 치열한 내전이 벌어졌으나 현재는 우파가 집권 중이다. 카스트로(쿠바)와 차베스(베네수엘라)로 상징되는 남미 일각의 반미·좌익 진영과는 확실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베 전 대통령을 가리켜 “카스트로·차베스에 맞서 싸우는 우리(미국)의 동맹”이라며 “나는 항상 콜롬비아의 우리 친구들 편에 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후보를 겨냥해 “실패한 콜롬비아 사회주의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바이든은 사회주의에 취약하기 때문에 그가 대통령이 되면 (우파 정권의) 콜롬비아를 배신할 것”이라며 “나는 콜롬비아 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바이든 후보를 카스트로·차베스의 ‘괴뢰(PUPPET)’라고까지 몰아붙였다. 좌파 색채가 특히 짙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과 카렌 배스 하원의원 등이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고 있음을 들어 그들을 하나로 묶어 ‘사회주의 패거리’로 매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색깔론 동원은 그만큼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보여준다는 해석이 많다. 병상에 누워 있는 동안 선거 유세를 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지지율이 바이든 후보와 상당히 벌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들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유세 일정에 나선다고 해도 대선까지 20여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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