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남이 다시 두손 마주잡는 날”
‘김정은의 대화 신호’ 긍정 해석
金, 코로나 방역 고충 공개 토로
文 공동방역 제안 수용 전망도
공무원 피격 등 여론 악화 의식
北에 ‘남북 합의 이행’ 공 넘겨
청와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내놓은 메시지를 남북 관계 개선의 청신호로 분석했다. 그러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사건’ 등 남북관계에 쌓인 현안이 처리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이전보다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기로 했다.
청와대는 11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전날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한 점을 대화의 신호로 해석한 것이다.
통일부도 이날 “김 위원장이 코로나19 극복과 관련, 우리 국민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주목한다”며 “남북관계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는 그러면서 “이를 위해 남북 간 대화 복원이 이뤄지고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코로나19를 포함해 인도·보건의료 분야부터 상호 협력이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여권 내부에선 김 위원장의 연설이 나오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거듭 제안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북한의 유화적 대남 입장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호응하는 방증이란 기대다. 여권 일각에선 북한 수뇌부도 남북 간 대화의지가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각종 자연 재해 복구에 집중하느라 대외행보를 섣불리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 위원장이 이번 연설에서 방역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건 우리 정부의 코로나19 공동방역 제안을 수용하는 전조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이전과 달리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과 관련, ‘주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기대 수준을 낮췄다. 동시에 상호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사건’ 규명과 관련한 군 통신선 복구와 재가동, 공동조사를 촉구하며 일단 공을 북한으로 다시 넘겼다. 하지만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사과를 했기 때문에 북한이 공동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의 신중한 대응 배경에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사건’,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격사건’ 등 일련의 악재들이 누적되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된 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남북이 큰 틀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가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일단은 이런 작은 흐름이 쌓여야 성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준·홍주형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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