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말고도 간단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인체 침투를 막는 방법은 없을까.
국내 연구진이 공기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살균할 수 있는 초미세 물방울 생성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코로나19 방역에 희소식이 될 이 기술은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이승섭(사진) 교수와 정지훈 박사팀이 개발한 초미세 물방울을 대량 생성할 수 있는 ‘정전분무’ 기술이다.
이 교수팀은 ‘정전분무(electrostatic atomization)’로 만들어진 마이크로/나노 크기의 초미세 물방울 안에 강력한 살균기능을 가진 ‘OH 래디컬(hydroxyl radical)’을 함유시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고 14일 밝혔다.
OH 래디컬은 불안정한 화학구조로 반응성이 매우 높고 강력한 산화력 때문에 세균과 바이러스 살균 기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체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천연물질이다. 현존하는 물질 중에서 살균·소독·분해하는 능력은 불소(F) 다음으로 강력하면서도 독성이 없다. 지난 7월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효과도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
OH 래디컬은 높은 반응성으로 공기 중에서는 수명이 매우 짧아 그동안 살균 기능을 효과적으로 살리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유일한 방법은 물방울에 가둬 수명을 크게 늘리는 방법 뿐이다.
OH 래디컬을 함유하는 초미세 물방울은 일본 파나소닉의 나노이(nanoeTM) 기술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있다. 다만, 공기 중의 수분을 차가운 금속 팁 위에 응결시켜 정전분무 하는 방식이어서 생성되는 초미세 물방울의 양이 매우 적고 인가전압이 높아 인체에 해로운 오존이 발생되는 단점이 있다.
이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멤스(MEMS) 기술로 제작된 폴리머 재질의 초미세 노즐을 이용해 정전분무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인가전압이 낮아 정전분무가 오존 발생 없이 안정적으로 구현토록 한 것이다. 또한 초미세 노즐 어레이를 이용해 외부 환경과는 무관하게 초미세 물방울을 대량으로 생성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 수년간 폴리머 초미세 노즐 개발과 물 정전분무 기술을 이용해 가습·탈취·미세먼지제거·항균 등을 연구해온 이 교수팀은 현재 폴리머 초미세 노즐 정전분무 기술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살균용 공기정화기를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순수한 물을 이용한 살균 방법으로 인체에 해가 없고 친환경이라는 장점 때문에 향후 코로나19 방역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의 폴리머 초미세 노즐을 이용한 물 정전분무 연구는 올 4월 국제학술지 ‘폴리머(Polymer)’에 소개된 뒤 8월부터 카이스트 코로나 뉴딜사업의 지원을 받아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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