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미테구는 “‘평화의 소녀상’ 자진철거 명령은 더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슈테판 폰 다쎌 구청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념물’(소녀상)이 설치되길 바란다”며 “미테구는 시간과 장소, 이유를 불문하고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과 무력 충돌에 반대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앞선 지난달 28일 미테구는 소녀상 설치를 허가했지만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뒤 7일만에 자진철거 명령을 내렸는데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의 철거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접수되면서 행정 명령이 취소됐다.
미테구 측은 앞으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슈테판 구청장은 “우리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쟁의 당사자와 우리의 입장을 검토할 것”이라며 “코리아 협의회와 일본 측 모두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소녀상 제막식 이후 일본의 압박에 철거 공문을 보냈지만 현지 시민단체의 반발에 입장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한일 양국 간 민족주의 의제가 아닌 보편적인 전쟁 피해 여성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현지 단체의 접근법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슈테판 구청장도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성폭력과 무력 충돌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소녀상 철거가 중단되고 슈테판 구청장이 “일본 측 모두의 이익을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현지에 소녀상 비문 일부 문구를 보완해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이번 논란으로 처음 1년 기한이었던 소녀상이 영구 설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추후 법원 판단에 철거될 가능성이 있어 일본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독일 당국의 향후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밝혔다.
과거와 달리 즉각 반발하지 않고 독일 사법기관 절차를 인정한 것이다. 외교적 문제를 비롯해 독일 현지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NHK 보도에 따르면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독일 당국의 소녀상 철거명령이 보류된 것과 관련 “독일 국내 사법절차에 관한 사항”이라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생각과 대처를 다양한 형태로 계속 설명해왔다. 국제사회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거듭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위안부합로 “한국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했다”고 강조하며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강제동원을 둘러싼 각종 문제에 대해 ‘합의가 끝난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소녀상 건립 역시 이를 근거로 ‘한일 양국의 합의에 반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소녀상 설치는 민간단체 주도로 진행돼온 것인 만큼 가급적 개입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일본 시민단체는 스가 요시히데 정부를 향해 독일 베를린 소녀상 철거 요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전국행동’(이하 전국행동)은 지난 1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인정과 진상 규명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와 법적 배상 △재발 방지를 위한 기억 계승과 역사교육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요청서를 작성해 일본 정부에 제출한 데 이어 13일 오후 총리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