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委 재수사 권고 없었다면 영원히 묻힐 사건”
별장 성접대 의혹과 3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에 대한 유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당연하지만 너무 늦은 판결이 아쉬울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많은 혐의들이 검찰의 부실·늦장 수사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는 아쉬움이 크다”며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현 상근부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해 “고위직 검사가 금품과 성접대를 받은 뇌물사건이고 은밀히 회자되던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부대변인은 “2013년 언론에 처음 알려지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사건이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성폭행 당한 여성의 증언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검찰은 두 차례나 무혐의로 종결했다. 지난해 과거사위가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묻힐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만인 지난해 6월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실낱 같은 정의의 희망을 보여준 판결이 아닐 수 없다”며 “검찰이 스스로 자신의 비위와 불법을 제대로 파헤치고 잘라내지 못해 정의가 지연된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이런 현실을 바꾸자는 것이 국민의 검찰개혁 요구”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보여주는 판결이란 의미에서 평가 받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 송영승 강상욱)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1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 또는 공소시효가 지난 면소로 판단했다. 강원도 원주 별장 등지에서 이뤄진 13차례 성접대와 관련해서도 공소시효를 들어 면소 판결을 받았다.
다만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4300만원을 받은 혐의를 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했다. 최씨가 대납한 김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 비용 등이 2011년까지 이어지며 1억원 미만 뇌물 수수의 공소시효인 10년 내에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사사법 절차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검사의 직무 집행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이 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현저하게 훼손됐고 이 밖의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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