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의 중국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에 불만
미국 정부가 뒤늦게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밀어주기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유 본부장 지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유 본부장 지지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또 스위스 제네바 WTO 본부에서 열린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USTR은 이날 성명에서 “유 본부장은 성공적인 통상 협상가와 무역정책 입안자로서 25년간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진정한 통상 전문가이고, 이 조직의 효과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이 성명은 “지금 WTO와 국제 통상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면서 “지난 25년간 다자간 관세 협상이 없었고, 분쟁 해결 체계가 통제 불능이며 기본적인 투명성의 의무를 지키는 회원국이 너무 적다”고 비판했다. USTR은 이어 “WTO는 중대한 개혁이 매우 필요하고, 현장에서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세계은행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다자 무역을 다룬 경험이 부족하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고 WSJ이 전했다. 오콘조이웨알라는 나이지리아 출신이나 미국 국적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WTO 개혁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가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WTO 회의에서 그의 사무총장 선임에 반대한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현재 오콘조이웨알라의 사무총장 취임을 막으려고 유럽연합(EU), 중국, 캐나다, 남미 국가들과 막판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미국은 그동안 WTO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WTO를 공격해왔고, 미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미국의 WTO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강행하는 등 다자주의 체제 흔들기에 적극적이다.
영국의 BBC는 미국의 유 본부장 지지를 아프리카 최초 WTO 수장을 막으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WTO에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명한 점 등을 근거로 WTO를 의도적으로 파괴하려는 사보타주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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