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대로 ‘재심’ 청구할 가능성도 제기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형 확정’으로 사면 대상자가 될 요건을 갖추면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성탄절 특사(특별사면)’ 기대감이 흘러나왔지만 정작 본인은 특사 운운에 역정을 내며 “무죄 판결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대법원이 징역형을 확정한 가운데 무죄를 받으려면 결국 ‘재심’밖에는 달리 길이 없어 이 전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측근 법률가 등의 도움을 받아 재심을 청구하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제기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전날(29일) 자신에게 징역 17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 직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찾은 측근들에게 “내 개인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어쩔 수 없지 않으냐. 꿋꿋이 버텨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 일부는 사면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한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채 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법률상 사면 대상이 되려면 형이 확정돼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측근 일부가 성탄절(12월 25일)이 다가오는 점을 들어 특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전부터 사면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안 될 것”이란 입장이 확고했다고 한다. 그는 조심스럽게 특사를 거론한 측근들한테 역정을 내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무죄 판결을 받아 해결해야지, 그런 식의 기대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뒤집을 방법은 없다. 사법부가 헌법에 어긋나는 법률로, 또는 헌법을 위반한 법률 해석으로 재판을 진행한 경우 그 재판 결과는 헌법소원 대상이 된다는 게 헌법재판소 입장이나 이 전 대통령 사건의 경우는 거기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길이 유일해 보인다. ‘억울함을 토로하고 무죄 판결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언급 또한 재심 청구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권위주의 정부 시절의 시국사건 등 이른바 ‘과거사 사건’이나 수사기관 등의 증거 왜곡·조작이 드러난 살인사건 등을 제외하면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질 확률은 극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 사건 기록을 안 봐서 유·무죄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법원이 밝힌 판결 사유만 놓고 보면 재심 청구는 어렵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정치인이 연루된 뇌물수수 등 사건에서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진 사례도 거의 없다”고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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