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과 상·하 의원, 주지사, 지방 의회 의원을 동시에 뽑는 선거가 3일(현지시간) 종료됐고, 밤샘 개표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됐고, 그 결과에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미국에서 개표 결과는 AP 통신이 발표한다. 나머지 모든 언론사는 AP 통신이 집계한 결과를 인용해 보도한다. 이는 1848년 대선 이후 172년 동안 변함없이 지켜온 불문율이다.
AP 통신이 선거 결과를 발표하는 이유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미국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투·개표는 각 주별로 주지사의 책임 아래 실시된다. 각 주의 국무장관이 선거 업무를 총괄하고, 주 정부 국무장관 협의회가 있지만, 이 기구가 선거 업무를 관장하지 않는다. 전국 단위의 선거를 총괄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없다 보니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AP 통신이 자연스럽게 투·개표 결과를 집계해 발표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번 11.3선거에서는 대통령을 비롯해 무려 6000여 명의 선출직 공직자가 새로 뽑힌다. AP 통신은 이번 선거의 모든 당선자를 가려내 발표한다. AP는 개표 결과 집계를 위해 미국 전역에 걸쳐 4000여 명의 프리랜서 지방 주재 기자를 추가로 채용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들 AP 기자들은 전국 50개 주의 개표 현장을 직접 방문해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AP 본사 선거관리본부에 보고한다. 이 보고를 접수하려고 800여 명의 요원이 투입된다. 이 요원들이 AP 개표 시스템에 실시간 개표 결과를 입력하면 AP 통신 워싱턴지국의 정치팀이 이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대통령 당선인을 비롯해 모든 선출직 공직자의 당락을 AP 통신 워싱턴지국 정치팀이 최종적으로 판정한다. AP는 줄리 페이스 AP 워싱턴 지국장이 반드시 서명한 뒤에 대통령 당선인을 발표한다.
AP는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 선거가 실시된 날 밤부터 이뤄진 밤샘 개표 결과를 집계해 새벽 2시 29분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AP는 지난 2000년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와 민주당의 앨 고어가 맞붙은 대선에서 당선자를 끝내 발표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플로리다주에서의 개표 혼란으로 연방 대법원이 대통령 당선인을 결정했다.
AP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3월부터 화상 연결 시스템으로 선거 개표 집계 준비를 해왔다. AP 워싱턴지국은 3일 50여 명의 집계 요원과 200여 명의 기자가 투입해 개표 결과를 집계하고, 그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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