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퇴임 전 中과 무력 충돌 가능성도
中, 美와 우호적 관계 강조하려 하지만 고심
중국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지면서 향후 대미 전략에 고심이 커졌다. 중국에 대한 압박 범위와 방식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충돌 등 어떤 돌발 행동을 취할지 몰라 내년 취임 전까지 미·중 관계가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새 행정부에 우호적 관계 기대 밝힌 중국
7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함에 따라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독불장군식 대외 정책에서 예측 가능하지만 연합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식 외교 정책을 상대하게 됐다. 지난 4년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 기조에 적응이 되던 참에 외교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을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중국은 8일 오전까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확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영 글로벌타임즈 등은 홈페이지 주요 기사로 ‘바이든 승리: 중·미 관계는’을 메인 기사로 올려놓으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 도모를 위한 우호적 기사들을 같이 배치했다.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사흘전인 지난 5일 상하이무역박람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중국은 새로운 미국 정부가 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추진할 것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기사와 함께 ‘미국산 쌀이 이달말 중국 시장에 출시된다’, ‘중·미 무역 거래액이 올해 10월까지 3조20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는 등의 미국과 마찰 보단 협력을 강조하는 기사도 배치해놨다.
◆경제와 인권으로 중국 압박… 공동전선으로 포위 작전
바이든 당선인으로 행정부가 바뀌더라도 ‘중국 때리기’는 지속될 것이 자명하다. 수위와 방식도 정교해져 중국이 대응하기 더 까다롭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압박 수위는 경제 분야를 넘어 인권까지 확장되고, 압박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독불장군식이 아닌 동맹국과의 연합, 국제기구내 다수 우군 확보 등을 통한 포위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3월 포린어페어스지 기고에서 “미국은 중국에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이 마음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계속 털어갈 것”이라며 “가장 효과적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강위원회는 지난 7월 27일 승인한 당의 정책 방향을 담은 정강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망가뜨린 외교력의 복원을 위해 외교의 재활성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위해 외교를 ‘최초의 수단’으로 삼겠다며 외교 우선의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각종 국제기구와 협약에 복귀하고, 동맹 관계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권은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대중 압박을 시작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정권과 달리 인권 탄압 카드를 무기로 홍콩, 신장(新疆), 티베트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대중 압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역대 민주당 정부의 방침대로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의 가치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정권에서 유럽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관계를 복원해 중국과 인권, 민주주의 등의 분야에서 공동 전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자력자강 내세운 쌍순환 전략 강조… 국제 사회 발언권 키울 듯
중국은 미 대선 직전에 열린 제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미국의 탈동조화(디커플링)에 자체적인 역량을 키우는 자력자강을 강화는 방안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3일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면서 “2035년까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작년 규모와 비교해 2배로 키우고, 내년 상반기까지 부강한 중국을 의미하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를 선포하겠다”고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미국을 경제적으로 앞서겠다는 것을 공식화하고 패권 다툼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으로 공식화함에 따라 내수 극대화와 기술 자립을 근간으로 한 쌍순환 경제 전략을 최대한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은 인권 문제 등에 대해 국내 상황으로 국제 사회에서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모습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유럽 등과 손잡고 목소리를 높일 경우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빈자리를 파고들어 국제기구에 경제 지원을 쏟아부으며 발언권을 키워 왔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를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의 나라에 힘을 입어 국제기구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 올해 유엔 총회에서 중국은 우군의 지지를 받아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도 선출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사회에서 기존의 미국의 모습을 회복한다면, 중국에 우군 역할을 하던 국가들이 얼마나 같이 목소리를 낼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중국 때문에 패배… 무력 충둘 우려도
특히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뿐 아니라 기존의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도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상황이다. 미 대선의 혼란이 걷히기 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더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의 우신보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책임이 중국에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코로나19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중미 관계를 방해할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미국 카터 센터의 중국프로그램 연구원인 류야웨이는 미 대선일인 11월 3일부터 차기 대통령 취임식인 내년 1월 20일까지의 기간이 중미 관계가 “가장 불안정한 시기”로 접어들 수 있다면서 양국이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에서 충돌할 가능성 있다고 지적했다. 주펑 난징대학 교수는 중국은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며 “트럼프가 극단적인 조처를 할 기회를 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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