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조명하고,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다가 친문(親文) 진영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파격적’이라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행보에 담긴 ‘정치인’으로서의 의미를 15일 자세히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리더십에 대해 연세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며, 정치인이 미래를 위해서는 욕을 먹더라도, 결단 내려야 할 때는 과감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2일 연세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이보다 앞선 이달 5일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데 대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를 들은 데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연세대 강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가예산 70조원이던 시절 80조원을 들여 초고속인터넷 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한 점 ▲이승만 정부의 교육법과 교육정책 ▲박정희 정부의 경부고속도로와 산업화 정책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 등을 언급하면서, 정치는 미래를 향해야 하고 정치는 진영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선일보 창간 100년 기념 타임캡슐 봉인식에 참석하는 다소 ‘파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보여, 일부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박 의원은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가 평소 제 소신”이라며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며 진영논리에 갇히면 편협함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전직 대통령을 언급했던 이유를 밝혔다.
이승만이 싫어도 대한민국이 해방 직후부터 교육을 최우선 국가과제로 삼은 사실을 부정할 수 없고, 박정희를 반대한다고 해서 경부고속도로가 산업화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 않냐는 거다. 특히 이러한 전직 대통령의 업적은 오로지 당사자만의 공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룬 것이므로, 이를 외면하거나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정치적으로 진영이 갈라져 대립하는 현실이지만,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고 인물과 사례를 통해 한 걸음씩 다가가려 노력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한다”며 “민주당의 오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는 균형감각을 갖춘 통합적 정치인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백선엽 장군 조문을 통해 약산 김원봉 서훈을 이야기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택을 언급하며, 이승만·박정희 정부 시절 정책을 빼놓지 않고, 이건희 회장 장례식장과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 행사에 다녀온 것 모두 좌우를 넓게 보려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사회에서 개혁은 선동이 아닌 설득으로 이뤄지는 거라 생각한다”며 “정치인이 좌우 논리와 진영을 넘어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 공동체 번영을 도모하는 데 힘 보태는 건 당연한 일이다”라고 했다. 나아가 “대한민국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함께 나서자고 보수진영, 보수언론, 보수적 사고에 먼저 손 내밀고 노력하겠다”며 “국민 통합 과정에 오해도 생기고, 욕도 먹겠지만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제대로 하겠다”고도 의지를 다졌다.
박 의원은 “지금 당장 좀 외롭고 힘들더라도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 비판 목소리 높이는 분들에게 더 잘 설명하며 동의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더욱 균형 잡힌 정치인이 될 것을 다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