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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부터 9월까지 세 번의 아동학대의심 신고, 경찰은…

입력 : 2020-11-19 15:25:59 수정 : 2020-11-19 17: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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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입양모,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19일 검찰 송치 / 경찰의 부실 대응 비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 A씨가 19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지난 5월25일, 6월29일 그리고 9월23일.

 

서울 양천구 입양모의 학대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아기와 관련, 그동안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이처럼 세 차례나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경찰이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때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과적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이 아동의 사망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사망 아동 A양의 입양모 B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의견을 달아 19일 검찰에 송치했다. B씨의 남편 C씨에게는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의 공동정범과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C씨의 불구속은 그가 직장생활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었고, 친딸이 있어 엄마가 구속된 상태에서 C씨까지 구속하기 어려운 이유로 알려졌다.

 

B씨의 송치 후 열린 경찰의 수사 브리핑에서는 그동안 학대 의심 신고가 세 차례나 들어왔는데도, 제때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첫 신고는 아이의 몸에 ‘멍’이 있다는 내용이었고, 두 번째는 ‘아이가 차 안에 방치됐다’였으며, 세 번째는 ‘아이가 야위었다’는 신고였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멍 부분에 대해서는 여러 자료로 입증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아울러 9월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데려온 A양의 상태를 확인한 병원장이 학대를 의심하면서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는데, 이때도 경찰은 A양 부모의 대질조사를 진행했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학대가 아이 입양 1개월이 지났을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으니, 올해 1월부터 이들 가족과 A양이 함께 살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상에 태어나 16개월의 절반이 넘는 8개월여를 학대 속에서 살다 숨을 거둔 셈이다.

 

지난 16일 서울 양천경찰서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주최로 진행된 ‘생후 16개월 입양 아동 학대 사망 사건 관련 항의 기자회견’에서 해당 아동을 키웠던 홀트 위탁모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지방경찰청이 양천경찰서의 수사 부실 여부를 감찰 중인 가운데, 송민헌 경찰청 차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2회 이상 (학대) 신고가 들어온 경우 멍이나 상흔이 있을 경우 반드시 (부모 등 보호자와) 분리시키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바로 학대 혐의 입증이 다소 어렵더라도,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응급조치 등 적극적인 조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뒤늦은 대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도 같은 날 양천경찰서를 방문해 “양천경찰서의 이해할 수 없는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안일한 대응에 항의한다”며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이 단체는 “입양아의 몸에 있는 분명한 상흔에도 불구하고 가해 용의자인 입양 부모의 말만 듣고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했다“고 지적하면서, ▲담당 경찰관 엄중 문책 ▲경찰들에 대한 철저한 아동학대 교육 ▲입양모의 살인 혐의 철저히 조사 ▲입양부의 공범 혹은 방임 혐의 철저히 수사 등을 요구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천경찰서가 피해 아동 보호에 앞장서기를 부탁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세상의 전부인 엄마에게 아기가 받은 것은 학대였다”며 “16개월 아기의 뽀얗던 다리는 피멍이 맺혀 잿빛으로 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서 아직 어린 삶이 유린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아동학대에 총리이자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정 총리의 글이 올라온 날이자 입양모 A씨가 검찰에 송치된 이 날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2000년에 여성세계정상기금(WWSF)이 제정한 ‘세계아동학대 예방의 날’이기도 하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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