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학번…6월 항쟁 참여”
“연기, 너무 하고 싶어”
영화 ‘이웃사촌’은 배우 오달수(52)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에 휘말린 지 2년여 만에 대중 앞에 나선 작품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25일 개봉과 동시에 박스 오피스 1위에 올랐고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오달수는 “사람들 앞에 나선다는 건 참 무섭고 제작사 손실이 커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평가해 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공소시효 만료로 경찰이 내사 종결했을 뿐 의혹이 말끔히 해소된 건 아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 “지금 말해서 뭣하리 이런 생각이 든다”며 “해명하려면 그때 해야 했고 지금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충격이 너무 커 한 두 달 동안 정신을 못 차렸어요. 덤프트럭에 치인 느낌이랄까요. 술병으로 병원에 입원도 했죠. 다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연극 후배들인데 그분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일이 그 정도로 커져 있는 줄 상상도 못 했어요. ‘이웃사촌’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의혹을 제기한 사람과는 “그 이전에도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다”며 “서로 기억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웃사촌’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정치인 이의식으로 분했다.
“우리가 너무나 야속한 시대를 겪었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됐죠. 제가 87학번인데 6월 항쟁 때 거리에 나가 최루탄을 마신 경험이 있습니다. 쑥스럽지만 구류도 3일 살아 봤고요. 그때만큼 국민들이 뭉쳤을 때가 또 있을까요.”
그는 “연기를 늘 하고 싶었고 너무 하고 싶다”면서 “독립영화 ‘요시찰’이 복귀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두 달 이상 쉬어 본 적이 없거든요. 실컷 쉬다가 해 보니 아, 영화를 이렇게 찍는 거구나 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거제도에서 농사 짓고 뭘 해 봐도 마음은 허전했어요.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또 인정해 주시겠지 하는 마음입니다. ‘천만 요정’이란 수식어는 허망한 거죠. 요정에서 드디어 벗어났습니다. 사람 대접받으며 살고 싶어요.”
어떤 가장이냐는 질문엔 “못난 가장”이라면서도 “김수영 시인의 ‘나의 가족’이란 시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런 멋진 가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